'우리 부모는 나에 대해 1도 몰라' 낯선 이야기 설익은 입술에서 사람 홀리는 날 선 눈빛 우린 왜 함께 살지 왜 노려보는 거야 마음을 모르겠어 도대체 왜 그러니 아이들을 1도 모르는 내 입술 잔소리로 부은 목이 통뼈처럼 굵어졌다 자정을 넘긴 시각 다시마 멸치로 육수를 내고 수프는 2/3만 묵은 김치 곁들여 보글보글 라면 끓는 소리 이 방 저 방 아이들 젓가락 챙기는 소리 울 엄마가 그랬어 “아들 은혜를 다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위에서 아래로 사정없이 사랑이 흐른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을까 싶을 때 밥 잘 잡숫는다는 엄마 옛날보다 용 됐다는 아이들 그래 그거 하난 건졌네 그거면 충분하지 임용철 원장 선치과의원 <한맥문학> 단편소설 ‘약속’으로 신인상 등단 대한치과의사문인회 총무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2013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 수상
가끔 이 밤이 참 아름다워서 하늘 보고 그리움 그렸더니 내 맘 그 빛 물들었소 달을 보고 눈물 한 방울 흘렸더니 별 부서지는 아픔 물들었소 내 속 온통 초록이던 그 시절엔 손끝 닿는 곳마다 순이 돋았었듯이 내 맘의 색이 그대를 천번 만번 물들일 때에 그대 하늘로 날아올라 나만의 별이 되었으면 그러면 이 밤이 늘 아름다울 텐데 강인주 -2021년 《가온문학》 시부문 신인상 등단 -경북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대학병원 치과 인턴ㆍ레지던트 수료 -치의학석사. 치과 보존과 전문의. -시집 《낡은 일기장을 닫다》
두근대는 붉은 부겐빌레아* 바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너 우산 밑으로 거품처럼 터지는 초록색 웃음 배를 드러내고 꼬리를 흔드는 잔디 우리를 부르는 숲길에는 인색한 스테인리스 삼각형 분수대 하나 반가운 부레옥잠 여럿 이곳에 이사 온 지 얼마나 되었을까 여름 달빛에 흔들리는 미친 사랑 수런거리는 빗소리, 또 빗소리 네 손가락 사이로 떠오르는 미코노스* 해변의 밤바다 후드득 우듬지를 내려치는 겨울 소낙비 얼어붙은 미코노스 해변 부레옥잠 빼앗긴 스테인리스 분수대 어디로 데려간 걸까 난, 빈 껍질만 남았어 물기 없는 너의 목소리 웃음기 사라진 네 흰 블라우스 너와 다른 세상에 산다는 나 더는 아무것도 줄 게 없다던 너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너와 나 불편한 침묵 불면의 새벽마다 널 위해 기도할게. 화살기도 하듯 아픈 배를 그러쥐고 아파, 너무 많이 아파져 그곳을 꾹꾹 눌러서 달랬지 손을 떼면 금방 네 숨이 멎을까 허리가 활처럼 휜다 꺼멓게 타들어 간 네 입술 자국 사금파리 씹어낸 내 삐딱한 입술 첫사랑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말 그 말을 듣지 말 걸 네 말을 믿지 말 걸 내 눈을 후벼 팔 걸 너는 자궁을 잃었고 나는 시력을 잃었다 나는 네 안에서 길을 잃었다 ----
해가 지네요 오늘 하루도 얼마나 많은 당신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요 눈을 뜨며 처음 불어온 그 온기는 눈 감아도 몸속까지 파고드는 그 밤의 차가움까지 내게 남겼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일 보고 듣고 나누는 일 마음과 마음의 그 일들 쉬이 오는 그 바람처럼 쉬이 살아갈 줄 알았습니다 강인주 -2021년 《가온문학》 시부문 신인상 등단 -경북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대학병원 치과 인턴ㆍ레지던트 수료 -치의학석사. 치과 보존과 전문의. -시집 《낡은 일기장을 닫다》
자꾸만 착각해 어디쯤 널 지지해 줄 누군가 두 손 모아 기다릴 거라 두리번두리번 선택이 틀렸다 깨닫는 순간 후회는 사정없이 숨통을 조여와 삶은 저만치 돌아누워 침을 뱉고 네 옷을 찢어버리지 혼자야 넌 혼자라고 열 손가락 깨물어 다 아픈 전화기 너머 목소리 애쓰지 마라. 애쓰지마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로뎀나무 아래 지친 너를 뉘시는 어머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임용철 원장 선치과의원 <한맥문학> 단편소설 ‘약속’으로 신인상 등단 대한치과의사문인회 총무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2013 치의신보 올해의 수필상> 수상
그대 삶의 오솔길 접어들어 맑은 시냇물 만나거든 그때는 잠시 멈추어 손 한번 담그어도 좋다 굽이치며 튀어 올랐던 그 파편들은 이제는 놓아버려도 되리라 너무 오래 머물면 손 끝 아려올지 모르니 그저 네 몸 네 맘 고요히 식어 내렸거든 다시 길을 나서자 걷고 걷다가 지켜보는 눈 하나 마주한다면 지난 기억 이젠 깡그리 잊어버린들 나무랄 이 누가 있겠는가 강인주 -2021년 《가온문학》 시부문 신인상 등단 -경북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대학병원 치과 인턴ㆍ레지던트 수료 -치의학석사. 치과 보존과 전문의. -시집 《낡은 일기장을 닫다》
달빛이 소리를 깐다 멀어서 기 일 게 가까워서 짧게 끝마디 풀어져 외딴섬 나를 감돌며 흐르는 강줄기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
비록 상처 난 내 손끝에서 피워내는 그림에도 따스함의 체온이 있었던가 한껏 움켜쥐어도 늘상 공허로 가득했다 찌르르르 온몸 떨어가며 울던 그 새가 홀연히 날아간 자리엔 지워지지 않는 투명한 낯선 그림자 하나 있다 습관이 된 눈물에도 웃음 한 가락 섞어보니 세상 모든 웃음에도 아픈 조각 없는 이는 없더라 강인주 -2021년 《가온문학》 시부문 신인상 등단 -경북대학교 치과대학ㆍ대학원 졸업 -대학병원 치과 인턴ㆍ레지던트 수료 -치의학석사. 치과 보존과 전문의. -시집 《낡은 일기장을 닫다》
갑자기 찾아온 입동 한파 거실의 차가운 침묵 속에 갇혀 도망갈까 붙들고 있는 꿈들로 뒤척이며 잠 못 드는 시간 누가 알까 지금도 말 못 하고 숨겨둔 일들 마지막까지 매달린 단풍처럼 눈앞에 선명한데 가슴 안에 가두었으나 먼 곳에 있는 사람 차가운 유리창 곁에 서서 달빛 희미한 밤을 꼬박 새우네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
궁금함을 참지 못해 철길에 귀를 대면 먼 곳에서부터 덜커덩 잠이 온다 길은 무수히 뻗어가고 너의 안식은 안개꽃처럼 흐려진다 홀라당 뒤집어져 버린 풍뎅이의 몸부림, 퍼득이는 힘겨운 나비의 날갯짓, 헝크러진 상자에서 빛바랜 몇 장의 사진이 제멋데로 불쑥 나와 낯설게 응시한다 떠난 지 오래된 너는 보내지도 못한 나를 자꾸만 불러 돌이켜 세운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바늘귀에 실을 꿰어야 찢어진 두 폭을 꿰맬 수 있는데 구멍이 작은지 실 굵기가 큰지 그리 쉽지 않다 어두워진 눈 탓일까 찢어지고 갈라진 곳 이런저런 곳을 꿰매려면 작은 바늘귀에 굵은 실은 어려운 처방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굵은 실로 휘감은 실꾸리 얼마나 겉을 발라내고 속을 비워야 가느다란 실이 되는 걸까 세월이라는 비만으로 때가 끼어 두꺼워진 실타래 실패*에서 풀려도 봉합은커녕 바늘귀 꿰지 못하고 있다 *실을 감아두는 작은 나무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