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가장 밑바닥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막연함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안고 그 곳으로 잠행을 결행한다. 머리를 빠갤 듯 먹먹해진 귀와 한줄기 빛조차 없어 핏발선 동공의 확장. 북처럼 울리는 심장의 박동 소리 요란한 그 곳으로 침잠한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육신의 고통이 극에 달할 때에야 비로소 정신은 수정처럼 맑아지고, 기다리는 무엇은 다름 아닌 오롯한 나임을 발견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코비드19 라고 해서 2019년 말에 들어보지도 못한 인류의 대 재앙이 왔다는 소식에 국민 모두가 아연실색을 하며 공포에 떨었던 시기에 2020년 협회 선거가 있었던 연초였다. 한 선거캠프에 소속되어 선거 홍보차 2월 15일 대구를 방문하고 온 직후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선거가 위축되는 양상이었던 그 해로부터 3년이 지난 이 시기에 다시 치과계 선거가 다가왔다. 3년이라는 세월은 코로나와 더불어 많은 변화를 가져오며 빠르게 변모해 갔다. 금년 1월 30일을 기점으로 실내에서도 특별한 곳을 제외한 마스크 착용이 권고사항으로 바뀌게 되었다. 슬픈 악재도 기억 저편에서 멀어질 때 다시금 용기를 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2017년 연초에 치과계는 혼란과 격변의 시기였다. 치과계에서 처음 치러진 직선제에 대한 기대반, 우려반으로 협회장 선거를 비롯한 경기도치과의사회장, 서울시치과의사회장 선거와 정치계에서 예상치 못한 대통령 선거까지 그야말로 선거바람으로 치과계 및 나라 안팎이 들썩거린 해였다. 치과계 협회장 선거의 부정한 결과로 재선거까지 하며 홍역을 치른 이후, 파장은 대단했고 후유
2023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인구의 양적·질적 구조의 동시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총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출산율 감소, 고령화, 지방소멸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그림). 작년 한 해 세계인구는 0.9% 늘어 80억에 도달하였으나 대한민국의 총 인구수는 전년대비 0.23% 줄어 5천155만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역소멸 문제는 심각하며, 2022년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곳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약 절반 수준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인류학적 관점에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국인이라면 본능적으로 한국인의 숫자를 증가시키거나 최소한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질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총인구 감소는 저출산 트렌드의 지속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습니다. 저명한 인구통계학자인 볼프강 루츠(Wolfgang Lutz, 1956~현재)는 ‘출산의 덫’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는데, 출산율이 한계점(1.5명) 이하로 떨어지면 회복이 어려워 저출산의 덫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84명으로 OECD국가 중 유일하게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는 출생률을 결과값으로 본다면 인과성
요즘 세상에서 SNS는 소식의 창구이다. 연락을 하지는 않는 지난 인연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민망하지 않은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나에게 있어 SNS는 학창시절 때부터 빠짐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초등학교때는 버디버디, 중학교때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고등학교 때는 페이스북,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는 인스타그램까지 언제나 함께였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SNS를 멀리할 이유가 없었다. 방과 후에 집에 와서는 가상의 세계에서 다시 그 관계를 이어 나갔다. 재미있는 사진이 있으면 업로드하고 서로 웃었으며, 심지어는 몇몇 친구들과 공용 다이어리를 쓰기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런 내가 나이가 든 걸까, 최근에 급격히 SNS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광고와 과다한 정보들이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 특히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강조되는 SNS 특성상, 주변인들이 어떤 ‘감정’으로 지내는지를 공유하고 공감하기보단 ‘어떤 멋진 일’을 하는지만 자극적으로만 다가온다.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공유하기보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리기 바쁘다. 재미있는 얘기를 친구와 나눈 적이 있다.
솔직한 마음으로, 치위생과가 꿈꾸어 왔던 학과는 아니었다. 희망했던 학과와는 전혀 다른 계열이었고 흥미 있던 학문도 아니었으나 삶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듯 이런저런 이유로 어느 순간 내가 치위생과에 와 있었다. 물론 가장 현실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빠른 취업’이긴 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애써 무시한 채 학부 시절 초반기엔, 숱한 고뇌와 내 사정을 모르는 타인이 주는 마음의 상처로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신입생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좋아하지도 않아서 내가 과연 능력 있는 치과위생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아득한 생각으로 멍하니 실습실에 앉아 막막하곤 했다. 그랬던 고민의 시간이 쌓여 내 삶의 토대를 이뤘고 방황의 시절을 지나 학문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구강보건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고통을 겪는 환자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다방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느끼게 되었고 해가 거듭될수록 열정에 가득 찬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됐다. 이런 마음은 국가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도 이왕 합격할 것이라면 121점이 아니라 180점은 넘어서 합격하고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의료윤리라는 분야가 의료인들이 착하게 행동하도록 이끄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재하는 내용을 보면 의료윤리는 그런 내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의료 상황에서 모두에게 적절한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을 주문하는 것이 의료윤리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의료윤리가 의미 있으려면 학생들과 의료인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만
바람에 흐느끼는 게 오직 너뿐이더냐, 이리저리 흔들리다 하얗게 잊힘에 애태우지 말라.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에 한 번, 크게 일렁이던 차디찬 기운에 또 한 번, 사방으로 내리박아 울퉁불퉁 튀어나온 뿌리의 숫자만큼 겪어내야 하는 시련에 나도 아프다. 몸통은 뿌리 따라 매였어도, 춤춰보자 덩실덩실 잔가지 흔들어 보련다. 휘파람 파랄랄라 마른 이파리라도 비벼보련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거칠게 갈라진 살갗은 훈장을 삼고, 비어가는 심자리는 맑은 향기 가득 채워 새들에게 내어 주리라.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십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버스정류장 8개가 곧게 뻗은 알록달록 8차선 도로다. 전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려 찾아오는 세트 시설 스튜디오 큐브 앞에, 지난 연말 새 그림 하나가 추가되었다. 천체(天體)를 상징하는 동글납작한 트러스 형 돔 구조 안에, ‘어린 왕자’ 별 기둥이 들어앉은 대형 탑이다. 밤이면 지팡이 꼭대기 붉은 별이 트러스에 빼곡한 LED 전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를 이룬다. 이름하여 ‘영원한 빛 - 우주’,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꿈과 가치”를 표현했단다.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이러한 상징물을 세울 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구나, GDP $35,000 국민으로서 가슴이 뿌듯하다. 백 미터쯤 지나 신세계백화점과 대덕대교를 잇는 횡단보도를 만난다. 신호가 나서 걷는데 삐익!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코앞에서 급정거한다. 멈칫했다가 마저 건너자 빵 빠앙, 뒤에 선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노인네 지나갔으니 빨리 출발하라고 승용차를 재촉한다. 푸른 신호는 아직 15초나 남았는데... GDP 천 달러가 못 되는 미개한 후진국형 ‘자동차문화’다. 둘 사이 거리가 고작 백 미터다. 숙소 사빌에서 ‘9 to 5’인 오피스텔까지
1982년 여의도에 첫 개원을 하고 40년을 지나 이제 ‘치과 개원의’라는 명패를 내려놓으려 합니다. 말 그대로 진짜 卒業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고 내가 속한 여러 모임에서 소회를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져서 내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저희 세대는 6.25 동란 중에 세계 최빈국에서 태어나 민족중흥의 책무를 띠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에 휩쓸려 올바른 인생의 지향점이 실종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바람직한 삶이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선배들이 나로 인해 평안하고, 동료들이 신뢰하고, 후배들이 그리워하고 존경하는지를 인생 평가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돌이켜보면 인간의 품격인 禮와 義가 기본이 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공자님의 기준에는 한참 모자라겠지만 하루하루 진료실 일상에 최선을 다해왔던 한 사람의 개원의로서 ‘나는 어떤 개원의가 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 전문가 동료의 신뢰를 받는 치과의사 치과의사는 전문 직업인 중에서도 최고 전문직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인 동료의 신뢰를 받으려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필자의 오늘 자 포털 뉴스 알고리즘에 올라온 추천 뉴스 중, 필수 진료과 의료진 부족과 공공의료기관의 전문의료진 공백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해당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언론사와 이해집단이 공모하여 만들어낸 뉴스겠지만, 우리나라 의료인력의 편중 현상이 누적되어, 의료사회 문제화 되어 수면 위로 점점 드러나는 모양새다. 의료인력이 편중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들은 필자처럼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 거주하며, 학력과 소득수준이 보통 이상일 것이다)과 의료진들은 경험하지 않았기에 뉴스 속 사례가 실제 그러한지 의심되기도 한다. 의과 분야 뿐만 아니라, 치과 분야 역시 편중되어 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편협한 경험과 관점에서 나온 문제 인식이며, 당면한 나의 문제 때문이다. 필자를 소개하면 지방의 OO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의 OO치대 예방치과학교실에서 6년 반의 전일제 대학원 과정을 거쳐, 예방치의학 및 공중구강보건학 전공 치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치과의사로서의 진로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학위취득과 동시에 부산대학교 기초치의학교실인 예방치과학교실에 전임강사로 발령받았다. 당시 필자의 나이가 만으로 31세였고, 12년이 지
2022년은 갱년기로 보냈다. 직접 겪어본 갱년기는 심각한 번 아웃 내지는 급격한 노화와 같은 것이었다. 갱년기가 세냐 사춘기가 세냐,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갱년기가 그렇게 쉽게 볼 대상이 아니었다. 연말이 다 되어서야 겨우 기운을 차리고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였다. 다행히 갱년기 증상들은 많이 사라졌다. 아침에 활기차게 집을 나서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음을 느끼고 있다. 치료 계획을 세우면서, 임플란트의 위치와 각도를 잡으면서 임상가로서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끼고 있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갱년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살짝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갱년기 기간동안 노인 환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였다. 노인 환자에게 치과 치료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거동도 불편하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사고력과 기억력도 쇠한 노인에게 치과 치료를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성 통증과 우울로 지쳐 있는 노인에게는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리는 등 치과의사의 단순한 지시를 듣고 이행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료에 대한 상담을 이해하고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