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748번째 욕지도 기행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에 흩어진 39개의 섬을 아우르는 욕지면의 본섬이다. 통영항에서 욕지도까지 가는 배편은 통영의 어느 섬보다도 편리하다. 1시간 30분가량 걸리고 운항편수도 자주 있다. 욕지도는 모두 1000여 가구의 주민이 살만큼 규모가 큰 섬이지만, 뭍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섬이다. 그래서 욕지도는 여름 한때 몰려오고, 몰려가는 피서지가 아닌, 사시사철 언제 찾아와도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문득 지난달 6일에 가족과 함께 사는 곳에서 먼, 막연히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 있으리라는 상상과 맛집에 대한 기대를 안고, 30여년 전에 가보았던 그 곳을 향해 출발하였다. 배에서 내렸다. 30년전 옛 기억과는 많이 달라진 섬의 풍경이 보였다. 얼굴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과 눈을 자극하는 코발트색 바다의 욕지도. 첫 배를 탄 덕분에 섬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숙소를 예약한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섬을 둘러싼 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깨끗하고 푸른 바다, 늦봄의 향기가 물씬 나는 식물들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군데군데 옛 모
Relay Essay 제1747번째그녀가 베트남으로 간 까닭은? 그녀의 나이 서른 셋. 만으로 셈을 하려해도 꽉 채운 서른 두 해는 좀 무겁다. 하나 둘 씩 친한 친구들이 결혼을 하며 그녀를 떠나가고, 그 나이까지 결혼을 못(?)한 이유를 알아내려하는 세상의 시선 앞에서 안(!)한 사람이고 싶은 여자는 혼자 보내는 올 해 생일이 좀 특별하길 바랬다. 그렇다고 그런 날 혼자 여행을 가기는 싫고, 어딘가 멀리 이국적인 곳으로 떠나고는 싶은 그녀에게 온 공지 문자. 베트남 의료봉사단 모집. 고수풀 냄새, 늦은 오후의 갑작스런 스콜, 된소리 가득한 그들의 말….모든 것이 낯선 이 나라에 뜨거운 여름을 느끼러 가면 지난 봄 여자를 괴롭히던 복잡한 생각들도 그 열기에 다 증발되어 버릴것만 같았다. 많이 나누고 오겠다는 결심과 함께 떠났던 이제까지의 봉사와는 달리, 많이 비우기 위해 그녀는 길을 나섰다. 진료 첫날. 그녀의 생일날. 동나이에 새벽녘에야 도착해, 두 세 시간 겨우 새우잠을 자고 나와 푹푹 찌는 더위에 땀을 빼면서 머리가 아파진 여자는 타이레놀을 ‘3회/일’ 복용법으로 하루종일 먹어야했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지칠때까지 몰입한 하루가 고
Relay Essay제1746번째 당구와 치과의사 오늘 제가 말씀 드리고자 하는 주제는 ‘당구와 치과의사’라는 주제입니다. 나름 거창해 보이지만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바는 과연 우리나라에서 당구란 스포츠와 치과의사란 직업이 어울리는가 뭐 이런건데요. 사실 당구란 스포츠가 그동안 외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보여진 게 사실이라 이런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여러 원장님들께서도 학창시절에는 재밌게 당구를 즐기시다가도 막상 현 상황에서는 당구장 출입이 어쩐지 격(?)에 맞지 않는다 하여 망설이시는 분들 꽤 있으실거라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맞습니다. 저도 요즘들어 특히나 많이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주로 병원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당구를 즐기곤 합니다. 그러나 취미활동을 즐긴다 라는 측면에서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당구장에 가는 이유는 저의 경우에는(대다수 원장님들이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만) 당구를 즐기고 일상생활에 지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입니다. 특히나 저 같은 경우에는 당구장에 들어서면 약간은 풀어진(?) 모습을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가끔 은어나 속어도 써 가면서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
Relay Essay 제1745번째 10년간 꿈꿔온 스페인 여행 2012년, 나의 말랑해진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고등학교시절 “Ola”라는 스페인 인사말을 배울때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맘을 열정으로 꿈꾸게 한 그 곳으로 갔다. 정열적인 탱고와 투우, 그리고 끊임없이 축제가 열리는 자유의 땅이라 흔히 불리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프랑스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스페인은 유럽 젊은이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고 할 만큼 매력적인 나라이다. 한국에서 스페인까지 한번에 갈 수 있는 직항 노선이 운항중이지만 언니와 함께 16일동안의 여행계획을 짜면서 우린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기로 했다. 프랑스를 경유해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그리고 스페인의 제2의 수도라 불리우는 바르셀로나를 모두 둘러보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고 처음가보는 유럽이였지만 짜여진 일정대로 누구나 다 가는 곳만 가야하는 패키지를 선택하지 않고 자유여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여행의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를 더 강하게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얻고 싶은게 나의 목적이였다. 29년만에 처음 가보는 유럽이기도 하고 2주가 넘는
Relay Essay제1744번째 먹는 것에 대한 소고 먹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좋은 것입니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우리는 행복과 포만감을 느낍니다. 사실 인류가 굶주림에 대한 고민에서 해방된 것이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못 먹어서 죽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몸에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하는 특별한 기전을 유전자에 새겨 넣었는데 이것이 최근에 와서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먹게 되었는데 그것을 저장하는 유전자는 그대로여서 비만이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먹은 것을 빨리 소모하는 유전자가 인류에 새겨지려면 수십만 년은 필요한데 아마 그 전에 인류가 비만으로 인해서 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현대인들은 주변에 먹을 것이 너무도 풍부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것이 너무도 많아서 우리는 항상 식탐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 맛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어디가 맛있다고 하면 거리가 멀어도 몰려가서 먹어봅니다. 점심 한 번 먹기 위해서 1~2시간씩 차를 타고 가서 먹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만 맛이 없으면 뒤에서 욕을 하면서 입맛 버렸다고 불평합니
Relay Essay제1743번째 고양이 어릴적부터 반려동물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키우는 모험을 해본적은 없었다. 애완동물 애호가도 아닐뿐더러 동물 보호론자도 아니며 동물 털 알레르기도 보유하고 있다. 매일 퇴근하던 청담대교를 넘어가다 청담대교 초입에 고양이 한마리가 고가다리 차량가드레일 위에 덩그러니 올라 앉은 모습을 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도둑고양이 같았는데 눈길이 간 이유는 거기에 고양이가 진입 하려면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건대입구 사거리를 가로질러서 거의 600미터 가까이 되는 거리를 거슬러 올라 와야만 하는 거리라 신기하기도 했고 불쌍하기도 해서였다. 하지만 곧 그 광경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라졌다. 다음날은 금요일 이었다. 주말을 기다리며 하루 일을 마치자마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하던 길이었다. 문득 며칠전 고양이가 생각나 혹시나 싶어 가드레일 쪽을 보면서 올라가자 전보다 더 한강 쪽으로 올라간 지점에 그 고양이가 오도 가도 못하고 앉아 있었다. 차를 세우려 했지만 시속 60키로 이상의 차량이 고속으로 다니는 외길이었고, 구부러진 길이라 차를 세웠다가는 대형사고를 못 면할 것 같았다. 결국 집으로 향하는 길에서 고양이가 어떻게 살 것인지 하는
Relay Essay 제1742번째 안국동 북촌 산책길 저녁을 먹고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에는 안국동을 산책한다. 운치 있는 달을 보면서 경복궁 담벼락을 걷는 것이 즐거운 일과이다.삼청동에 있는 빵집에 들러서 내가 먹을 올리브 치아바타와 남편이 좋아하는 파이를 사고, 빵집 건너편에 원두를 파는 커피숍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삼청동 가게들을 구경한다. 경복궁 길에 새로 돋은 은행나무 잎의 여리고 사랑스런 연한 연두 잎 색깔도 유심히 보고 고궁너머 하늘과 북악산 자락도 본다. 저녁시간이라 갤러리 문은 닫았지만 바깥에서 볼 수 있는 전시품들을 기웃거린다.내가 자주 들리는 모자가게가 있다. 프랑스 모자 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예쁜 모자가게 주인은 매일 밤늦게까지 모자를 만든다.한 개를 만드는데 꼬박 2일이 걸린다고 한다. 진열대에는 별로 모자가 없다. 만들어서 팔기에 항상 시간이 빠듯하다고 한다.종업원이 없이 혼자라 모자 사려는 손님이 없는 저녁시간이면 문을 닫고 바느질을 한다.지나가다가 혼자 일하고 있는 것이 보이면 나는 문을 두드려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 날에는 나를 가게에 들어오게 해서 만들고 있는 모자를 씌워보기도 한다. 아직은 젊고
Relay Essay제1741번째 악몽 작년 가을이었다. 결혼한 이후로 하루하루 다르게 늘어가는 뱃살에 고민하던 무렵이었다. 우연히 본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몇 십 킬로그램을 감량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고 자전거 가격을 여기 저기 알아보았다.그러다 발견한 사실은 내가 생각하는 자전거와 레저용으로 팔리는 자전거는 가격부터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었다.고민 끝에 실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처남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질문했는데 하는 말이 고급으로 하려면 중형차 한대 값이고 적어도 기본으로 좀 타려면 백만 원은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이에 ‘마눌님’에게 운동하려 하니 자전거 하나 사 달랬더니 들리는 말이라곤 운동화 신고 뛰라는 조용한 협박뿐이었다. 어쩔 수없이 처남에게 일단 먼저 한번 타보고 결정하겠다고 우격다짐으로 아끼는 자전거를 빼앗다시피 해서 한강으로 갔다.성남 분당에서 출발하여 잠실까지 20킬로미터가 안 되는 거리를 갔다 오는 것으로 계획하고 즐겁게 운동하는 마음으로 탄천으로 향했다.탄천에 도착하니 가을 날씨에 흐르는 물은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선선한 바람에 흐드러지게 핀 억새들은 나를
Relay Essay제1740번째 일본에서 만난 ‘노무라 할아버지’ 마츠도의 치과 선생님인 하야시 선생님께‘푸르메 재단’을 알고 있냐는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난 잘 알아듣지 못했다. 사실 쉬운 발음의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달이 안되기도 했지만 일본 선생님에게서 듣게 될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기에 더 그러했다. 그렇게‘노무라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하야시 선생님은 매주 화요일이면 이바라키현의 미토시에 위치하는‘미토장애인진료센터’로 외근을 나가신다. 거기에 하야시 선생님의 친구가 치과위생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그녀가 바로 노무라상이다. 한국에서 공부하러 온 사람 (이게 나)이 있다는 말에 푸르메 재단을 알고 있냐고 물어본 것도 노무라상이다. 노무라상이 주었다는 신문 기사는 푸르메 재단의 장애인시설 치과진료봉사활동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기사 속에 봉사활동을 함께 한 노무라 부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떤 인연으로 일본의 치과위생사가 한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푸르메 재단의 치과진료봉사에 참여하게 된 걸까? 궁금함은 커져만 갔고, 내 본래 목적이었던 장애인진료센터 견학과 함께 그 궁금함도 해결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12월 6일 화요
Relay Essay제1739번째 일본 장애인치과 연수를 다녀와서 2010년 가을, 대한장애인치과학회와 일본장애인치과학회 사이에 맺어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단기간 일본 연수의 기회가 있는데 지원할 의사가 있는가에 대한 병원장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2005년 처음 서울시장애인치과병원이 생긴 이래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인 진료를 해 온 나에게 우리나라보다 20년 이상 전부터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행해 온 일본의 현실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니 너무나 달콤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양국 학회의 허가와 병원장님의 허락 하에 3개월 가량의 일본 단기 연수가 정해지고, 자세한 일정 및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조절이 시작됐다. 준비과정 중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연이어 들려오는 원전사고, 그로인한 방사능의 영향이라는 실시간 뉴스들이 나에게 심적인 부담감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보다는 일본학회 방문 때 느꼈던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일본장애인치과학회의 열기와 일본 치과의사들의 높은 참여도 등이 과연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에 관한 궁금증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열망이 더 컸기에 마
Relay Essay제1738번째 꽃피는 봄에 떠난 주말 여행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몇년 새 기후 변화로 인해 봄다운 봄을 느끼지 못한채 바로 더운 여름으로 넘어갔지만, 또 지금도 더울 땐 여름 못지않은 열기를 내뿜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참 신기하게도 지구상에 있는 수목들은 계절의 변화를 알아채고 저마다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상춘객들을 유혹하듯 부른다. 우리 가족도 수목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주말을 맞이해 봄나들이 채비에 여념이 없다. 예전 엄마가 초등학교 운동회 때 싸준 김밥을 생각하며, 좀 일찍 일어나 김밥과 과일 등 먹거리를 만들고 나니 아이들이 일어난다. 남편은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을 간다고 차를 청소해야 한다고 나갔고, 아이들은 눈꼽 낀 눈으로 내가 만들어 논 김밥이며, 먹거리에 탐을 내고 이미 몇개의 김밥이 입속에 들어가 있다. 주말이라 좀 밀릴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아침을 김밥으로 때울 요량으로 급히 서둘러 나갔다. 역시 요즘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해도 가족과 즐길 수 있는 부분은 비용을 아끼지 않는 추세인거 같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이미 많은 차들이 고속도로위를 질주하고 있다. 김밥을 몇개 맛보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