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봄, 임상에 처음 나와 근무를 시작했다. 1월과 2월에는 이른바 취업 바람이 불어, 대학 동기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취업을 마친 상태였기에 꽤 늦은 취업이었다. 사회생활이라고는 아르바이트도 길게 해본 적이 없었고, 치과 업무를 경험한 것은 오직 임상 실습 때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회생활이었기에 모든 일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인데도 임상에 적용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한 사람의 몫을 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왜 그렇게 원장님과 선배들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지 스스로도 답답하기만 했다. 처음이니 누구에게나 어려웠겠으나 동기들보다 늦은 취업이었기에 조급한 마음이 앞섰고 그래서인지 적응하는 것이 유독 나에게만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그런 1년 차 시절 적응기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처음 스케일링을 할 때였다. 물론 학교 실습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번 실습도 했고, 입사 후에도 여러 번 트레이닝을 받았던 진료이기에 말이 처음이지 실제로 처음 해보는 진료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앉은 자세도 자연스럽지 않았고 미러를 이용한 리트렉션이며, 스케일러를 이용하
지난 10월 20일 PFA(Pierre Fauchard Academy)국제치의학 한국회 사무차장으로서 제54회 PFA국제치의학일본부회의 학술회 및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PFA한국회 김현철 회장님과 여러 고문님, 임원진들과 함께 일본 도야마로 출발하였다. 일찍이 지난 5월에 PFA 한국회 총회에 많은 PFA일본회 회원들이 참석하여 함께 강의를 듣고 한강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기에 처음이지만 이번 일본 총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하였고 도야마라는 새롭고 낯선 도시 또한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이번 여행은 출발 전부터 기대되었다. 한국에서 일본 도야마로 가는 직항 비행 노선은 도야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알펜루트라는 거대한 설벽을 볼 수 있는 4, 5월에만 일시적으로 운행되고 있어서 PFA한국회원들은 인천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여 도쿄 하네다 공항을 경유하여 9시간 이상이라는 장시간의 여정을 통해 도야마 공항에 오후 6시 넘어 도착하였다. 이윽고 이어진 PFA일본회 회장 및 임원들이 준비해준 환영회는 아침 일찍 나와 다소 힘들었던 한국회 임원 모두의 피곤함을 잊어버리게 만드는데 충분하였다. 일본회에서 준비해준 환영회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전하고 담소를
2023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57위로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 그나마 2022년도 59위보다는 2단계 올랐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신림역 칼부림 사건에서도 피의자는 경찰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요즘 주위에서 ‘나는 참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직장에서의 일 때문에 혹은 직장 상사 등 사람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취업이 안 돼서 행복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하루하루가 경영한다고 힘들고, 환자 보느라고 힘들다. 환자가 많으면 많아서 힘들고, 적으면 적어서 힘들다. 또한 누구는 어디에 집을 샀다더라, 주식을 해서 큰돈을 벌었다더라 등 누군가와 비교를 하다 보면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불행으로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정적인 단어인 것 같다.) 누군가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한다
자귀나무는 나에게 특별하다. 내가 숲공부를 할 때 우리 기수(숲연구소 30기) 이름이 바로 ‘자귀나무’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낯선 이름이었지만 즐겁게 나무공부 하였던 기억이 있다. 자귀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가끔 아파트공원 또는 내가 출근하는 동부간선도로 옆에 수줍게 숨어있는 자귀나무를 발견할 때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자귀나무의 정수는 꽃이다. 6~7월 장마 때 피기 시작하고 50개에서 80개 되는 연분홍빛 실타래뭉치 같은 꽃이 군데군데 열리는데 이 모습은 천상의 꽃처럼 신비하고 아름답다. 그 향기 또한 진하고 한번 맡으면 취하게 만든다. 실제로 중국 당나라의 두양의 부인은 남편의 베게밑에 자귀꽃을 두고 술에 타서 피곤한 남편을 기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서로 갈라져서 마주보던 잎들이 신기하게도 밤에 겹쳐지는 모양을 보고 남녀가 자는 모습 같다 하여 야합수(野合樹)라 불리기도 한다. 자귀의 어원은 우스개로 잠자는 귀신같다고 하여 ‘자귀’이고 나무 깍는 연장인 ‘자귀대’를 만드는 나무라 하여 ‘자귀나무’라 불리기도 하였다. 다른 이름으로는 합환목(合歡木), 껍질을 말려서 약초로 쓰는 합환피(合歡皮) 합혼수(合昏樹), 합혼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할 전망이다.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10월 19일에는, 지방 의대 정원을 우선 늘리고 지역인재특별전형을 확대 시행하는 방안까지 발표하였다. 설문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이에 찬성하고 있고 목표 시행년도가 2025년이므로 조만간 입법 등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 확대의 주된 근거로는 우리나라의 인구비례 의사 수가 OECD 가운데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안 좋다는 점, 그리고 일부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낮고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한 것이 의사가 적기 때문이라는 접근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3.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부족하다고 하였다. 정치인들이 보통 이슈를 꺼낼 때 그들에게 유리한 ‘OECD 평균’ 수치를 가져다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외치는 것은 통계학적 오류다.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근무일수는 301일로 그들이 좋아하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을
여름 끝자락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비행기의 착륙신호에 잠을 깼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광활한 산맥들과 어둠을 밝히는 조명들… 스위스 제네바는 그렇게 초보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제네바 시는 취리히 다음가는 스위스 제2의 도시며, 프랑스와 마주보는 동네인지라 프랑스어가 사용되는 스위스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다. 제네바는 편리한 교통,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환경 그리고 중립국의 도시라는 상징성으로 많은 국제기구가 위치하여 ‘평화의 수도’로 불리며 국가 간 외교관계에 있어 주요한 장소이다. 그러다보니 ‘관광’에 초점을 맞춘 여행을 계획할 때는 사실 제네바를 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생애 첫 해외학회를 앞두고 있는 한 명의 전공의에게 이 도시는 굉장한 매력적인 도시였다. 구시가지에 위치한 생 피에르 대성당은 12세기에 시작되어 14세기까지 대규모 공사 후 완공되어 압도적인 화려함과 웅장함을 뽐내며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인 레만 호수의 물줄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청량감과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구시가지에서 인접해있는 제네바 대학병원에서 제3차 국제 타액선내시경 학회가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
요즘 우리 사회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강력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사형수들의 사형을 집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사형수들을 서울구치소로 모아 언제라도 사형을 집행할 태세다. 왜 이 사람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것일까?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높은 나라로 알제리가 알려져 있다. 알제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강도, 살인 절도 등의 강력 범죄율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심리학자들에게 이 나라 사람들은 높은 범죄성향이 있는 것으로 인지되었다. 하지만 프랑스로 이민을 간 알제리 사람들을 조사해 봤더니 프랑스인과 똑같은 범죄율을 나타냈다. 이것은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 국가가 있다는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도 문제지만 범죄를 유발하는 사회도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많은 폭력으로부터 노출되어 있다. 국가, 지방단체, 윗사람으로부터 오는 수직 폭력에 우리는 저항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높은 세금, 높은 물가, 많은 노동시간, 열악한 작업환경 등은 우리가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수직 폭력이다.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수직 폭력은 개개인을
1997년에 라이온스 클럽에 입회하여 26년째 라이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장 및 지구총재를 거쳐, 2023년 7월 7일부터 11일까지 있었던 105차 보스톤 세계대회에서 국제이사로 투표를 통해서 당선돼 앞으로 2년간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5번째 국제이사로 당선된 것이다. 국제라이온스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국제라이온스 클럽의 태동은 1917년 자유, 지성, 우리 국가의 안전(Liberty, Intelligence, Our Nation’s safety) 이라는 라이온스 운동이 미국의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서 기운이 싹트기 시작해 멜빈 존스가(Melvin Jones)가 처음 창설하였다. 현재 215개국에서 약 140만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세계 최강의 봉사단체로서 전 세계에서 한해는 17명, 다음 해에는 18명의 국제이사를 선출하고 임기는 2년이므로 총 35명의 국제이사와 국제협회 회장단이 전 세계 라이온스를 이끌어 간다. 라이온은 각종모임에 참석하여 지역사회를 어떻게 최대한 도울 수 있는가를 의논하고 결정하며 각종 봉사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한다. 라이온스의 봉사 영역은 ‘우리는 봉사한다(We Serve)’라는 라이온스 모토로 글로벌 봉사체
각진 얼굴, 꼬투리를 잡으려는 듯 쉴 사이 없이 두리번거리며 예민함과 까다로움, 신경질을 담은 눈,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낼 듯 움찔거리는 입. 몇 해 전 나를 심하게 괴롭혔던 환자의 첫인상이다. 우리는 진료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된다. 개원 10년차가 넘으면 멍석을 깔아도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겉모습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이 환자의 진료 만족도 내지는 결과와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외적인 정보가 주는 선입견의 함정에 빠져서는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해 줄 수 없다. 그러한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의 한 단초로 우리가 겉모습에 집착하는 이유를 찾아가보고자 한다.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동화 속에는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가 자주 등장했다. 아름다운 외모의 주인공은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엔딩은 마치 한 세트 같았다. 콩쥐와 팥쥐, 신데렐라, 백설 공주만 해도 그렇다. 신데렐라의 나쁜 언니들, 백설 공주를 괴롭히는 여왕 등 주인공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조연들은, 하나같이 못 생기고 못된 성격으로 그려졌다. 동화 밖의 세상은 다를까?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았고, 가르치지만 평범한 외모의
코로나가 끝났다… 아니 유행은 하지만 감기나 별반 차이가 없이 약해진 것 같다. 움츠려 있던 일상생활의 구속이 풀리며 여기저기 만나자는 연락이 많이 온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편하기는 한데 보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준비는 해야겠다. ‘무슨 재밌는 일 없나’ 매일 들여다보는 톡에 3년여 만에 대학동기 모임 공지를 올리며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한번 보자’ 생각해 본다. 반응이 괜찮다. 다들 오래 기다렸는지 어쩐지 기쁘게 댓글이 올라온다. 기분은 좋은데 역시나 댓글을 올리는 이들은 코로나 이전과 별반 차이 없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뭐 이건 항상 느끼는 거라 지금은 새삼 신경도 안 쓴다. 그래도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의 호응이 많아서 기분은 좋다. 내가 모임 준비하는 것은 와이프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가시 돋친 잔소리와 타박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냥 서로 모르는 게 편하니까 모임만 있다고 적당히 둘러대려고 한다. ‘아… 이것도 3년만 하면 꼬박 10년이구나.’ 주변 선배님들에게 문의도 하고 친구들하고 의논도 하니 이전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가 많이 수월해졌다. ‘이제 마지막 점검만 하면 되겠네.’, ‘어릴적 소풍 전 설레는 마
저는 경기도 일산에서 의료재단안에 치과병원과 건강검진센터, 의생명연구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과병원을 주로 하면서, 법정 종합검진 등을 할 수 있는 진료시설과 인력, 연구소를 갖추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굳이 제가 이런 플랫폼을 만들어 가는 주요한 이유는 구강건강이 우리 몸 전체의 질병과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해 가고 싶은 소망과 욕망 때문입니다. 구강건강, 그중에서도 특히 구강마이크로바이옴이 가벼운 감기나 코로나는 물론, 고혈압 당뇨 같은 심혈관 문제, 심지어 대장암, 췌장암, 치매 같은 중대질환의 위험요소(risk factor)임은 갈수록 많은 문헌들이 증명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입속세균 푸소박테리움(Fusobacterium nucleatum)은 대장암의 원인균(causality)으로까지 지목되어 치과에서보다 대장항문외과에서 훨씬 더 많이 회자되고 있고, 대장암 예방을 위해 푸소박테리움 백신까지 만들자는 제안까지 나와 있는 상태이니까요. 일상생활에서 보아도 치아와 혀, 침샘 턱뼈와 턱관절, 뇌신경 등의 중요한 인체구성물들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협업하는 씹기운동, 꼭꼭씹기 만으로도 다이어트나 혈당 혈중지방, 인슐린저항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