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처음 자전거를 타보았을 때가? 작은 냇가 얕은 물속을 잠행하며 그 밑바닥에 놓인 돌 하나를 들어내듯, 오랜 기간 잠들어 있던 기억 하나가 깨어난다. 일깨워진 기억의 편린은 묶여있던 순간들을 연쇄적으로 감작시킨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이야깃거리에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순간이다. 현실은 소설 속 이야기꾼처럼 치열하지도, 그렇다고 안온하지도 못하다. 바램이 어떠할지라도 무의식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소망한다. 가끔은 어제 무엇을 했었는지도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속에 각인되어 평생을 잊지 못하고 살아갈만한 것도 실상은 거의 없다. 소소함에서 찾아내는 즐거움들. 밤새 설렘으로 잠을 설치게 만들었던 소풍처럼, 사진은 무료한 나의 일상을 두근거리는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이끌어 준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물이 저 멀리 빠져나가 검게 드러난 해안가에 놓여 있던 그의 자전거는, 무료함으로 나른해 하는 나를 서둘러 일깨우고는 널찍한 등을 가진 둘째 삼촌의 자전거 짐받이에 태워버린다. 머릿결 사이를 헤집는 바람에 눈이 감긴다. 논들 사이로 둔덕처럼 쌓아올린 신작로 길을 따라 달려가면, 그 끝에는 작은 항구가 있었다. 한진규 치
5월말 제가 일하는 업계의 큰 전시회가 있던 기간에 저는 일을 놓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작지만 커다란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인 정신적인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아버지는 대학병원에서 암 수술을 하셨었고 마음이 약해지셨는지 많이 흔들리시는걸 느꼈습니다. 그무렵 처음으로 들려주신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0년대말에 아버지는 전북 군산에서 경찰공무원으로 첫발을 시작하셨답니다. 아버지도 젊은 나이셨지만 불우한 환경과 한번의 실수로 제소자가 된 사람들에게 3년에 걸쳐서 만오천통에 달하는 교화편지를 보내셨고 그걸 계기로 1970년 나라에서 상록수공무원 표창을 주셨으며 그때의 신문기사와 편지 일부를 낡은 상자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알지못할 그 시절 기차역에 있는 무인 도서 가판대도 저희 아버지 생각으로 시작되었다는걸 아버지 칠순때 큰댁 형님들을 통해 듣게 되었답니다. 평생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과는 어울리지않게 책을 좋아하셨고 글쓰는걸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서 버틴 세월이 순탄하기만 했을까요? 그런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직업을
구강돌봄진료는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등 돌봄 노인이 어디에 거주하든 통합적으로 실시·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과 입장에서는 이미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에서 돌봄과 진료가 잘 시행되고 있어서 재택 거주 노인들의 돌봄을 위한 재택의료팀만 구성하면 된다. 반면에 치과 입장에서는 현재 요양시설 계약의사제도가 도입되어 있지만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요양시설, 재택, 요양병원 등 모든 돌봄 노인들을 위한 구강돌봄진료를 통합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강돌봄진료는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되면서도 그 성격과 특성 및 준비여건 등에 비추어 별도의 독립적인 체계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요양시설에서 치과계약의사가 구강돌봄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되지 않고 있듯이 단지 재택의료팀의 구성원으로 치과의사를 포함시키게 되면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구강돌봄진료를 돌봄 노인의 거주 장소와 상관 없이 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과 그에 따른 기대 효과에 대해서 언급해 보고자 한다. 구강돌봄진료 통합시스템 구축방안(1): 총괄관리기구 설치 구강쇠약이 전신 노쇠의 동반 혹
공중보건의사 때는 음악한다고 적지않은 월급을 마이너스까지 탕진하다가, 드디어 처음 자산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대표 원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이 돈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 처음으로 주식에 투자해보았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해보면 굉장히 늦은 시작입니다. 친구들은 수년 전 학생 때부터 주식이니 코인이니 하면서 열심히 경제에 관한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주식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우실 것 같습니다. 네. 증시가 안 좋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막 들어갔습니다. 바닥인 줄 알고 들어갔습니다. 망했습니다. 오늘도 증권 앱을 켜고 제 월급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걸 보고 있습니다. 대표 원장님 죄송합니다... 진료는 꽤 안정되었습니다! 4개월 차가 안정되었다고 하면 웃긴 이야기 같지만요. 진료를 혼자 해내는 건 참 재미있습니다. 멀리서 거타퍼챠를 던져도 쏙 들어갈 것 같이 잘 확대한 #36의 4개의 Canal 구멍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환자분 입에 제 머리를 집어넣듯 집중하고 프랩한 뒤, 익스플로러로 마진을 확인했을 때 잘 형성되어 있으면 참 행복합니다. (제 기준) 어려운 매복 사랑니 Surgica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ISO 6876:2012 Dentistry - Root canal sealing materials 개정 중 ○ ISO/TC 106/SC 1/WG 2에서는 근관용 실러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 6876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근관용 실러만 다루던 표준에서 MTA 재료가 새롭게 포함되고 이에 따라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하였다는 점이다. - 제1형: 근관용 실러 (MTA 제재의 실러 포함) - 제2형: 근관 상아질 대체 재료 (MTA 재료 포함) ○ 제2형인 MTA 재료는 고점도 칼슘실리케이트 시멘트로서 apicoectomy, perforation, 또는 apexification의 용도로 사용되는 재료를 의미한다. ○ 현재 개정 중인 표준은 vital pulp therapy에 사용되는 치수복조용 MTA에 대해서 적용될 수도 있지만 치수복조용 재료에 대한 요구사항은 없다. 치수복조용 재
꼭두각시놀음은 남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였다고 합니다. 사, 오십대 이상인분들은 6시 땡~ 하면 TV에서 방영되던 인형극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인형은 아주 간단히 양말에 단추로 눈을 달아서 만들기도 하고, 목각으로 정교하게 제작하여 철사와 줄을 매달아 조종을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만들든 그 인형을 어떻게 조종하느냐가 재미와 즐거움을 주기에 중요해집니다.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사람을 인형술사라고 합니다. 흔히 줏대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꼭두각시 혹은 괴뢰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만,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은 목각인형이 아닌, 사람이 그 대상이라는 것에 충격이 큽니다. 1944년에 개봉한 흑백영화 [가스등]에서 인용하여, 분석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이라는 사람이 [가스라이팅(Gaslight Effect)]이란 용어를 도입했습니다. 흔히 친밀한 관계를 이용하여, 수평적인 관계의 의사결정이 아닌, 비대칭적인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할 때 나타나는 효과를 일컫습니다. 문제는 ‘관심과 간섭의 경계’라 법적처벌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자신이 처한 처지가 어렵고, 진로가
1993년 3월에 가입한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에서 이번 주에 존피스, 맥스 프렌젤 공동저자의 Time Off (이토록 멋진 휴식)를 진행한다. 토행독에서는 3개월 단위로 12권 전후 책을 선정한다. 책이 선정되면 회원들은 각자 자신이 진행하고 싶은 책을 정한다. 매달 3째주 토요일 진료를 하지 않기에 편하게 독서진행을 할 수 있어 Time Off (이토록 멋진 휴식)를 선택하였다. 책을 선택하면 1달 전부터 진행을 준비한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일과 휴식의 전환을 잘 이룬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잘 쉬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칼같이 퇴근해 휴식 시간을 잘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된 일을 잊을 만큼 휴식을 즐긴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보면 워라밸의 본질은 ‘시간’의 균형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work,노동)과 ‘하고 싶은 것’(life,놀이) 사이의 균형(balance)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도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무려 70퍼센트 이상의 직장인이 번 아웃(Burn Out)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Burn Out의 3가지 핵심 증상은 에너지 고갈과 피로감, 직장이나 업무와 관련한 부정적인 신경증 및 냉소주의, 업무
차마고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태고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불교의 나라, 티벳 지역의 신비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TV에 방영된 티벳 지역의 차마고도 천연염정에 대한 시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고산지대의 황톳물이 흐르는 란창강의 좌, 우편으로 빽빽이 형성된 염전의 모습과 거기서 소금을 일구는 티벳 소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십만 년 전에 바다였다가 융기된 그곳은 지금도 지층 아래에서 지하수가 솟아나듯 소금물이 끊임없이 작은 샘을 이루며 흘러나오고 앞으로도 계속 흘러나올 거라고 한다. 옌징이라는 지명도 염정(소금우물)의 중국식 발음이다. 그 염정의 소금물을 담은 물통을 어깨에 메고 미끄러질 듯 좁은 밭둑길가의 염전에 쏟아 부어서 소금을 일구는 방식인데, 바닷가의 염전에서 백설 같은 소금을 캐듯, 천연염정에서 캐는 소금은 상염정(강 건너편)의 백염과 하염정에서의 황토색 소금물에서 정제해 깨끗한 창호지에 수를 놓은 도화처럼 맑은 도화염(홍염)을 수확한다. 두 손으로 소금을 움켜쥐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보고 눈물 글썽이며 동경한 적도 있었다. 태양, 바람, 여인들의 눈물과 땀으로 이뤄진 애환의 삶, “저
요즘 참 덥고 습한 계절입니다. 저번주까지는 비가 많이 와서 각종 도로들이 침수되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이번주는 7월초부터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덥고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다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도 쏟아지고 그 습기로 더 후덥지근한 힘든 나날입니다. 밤에는 열대야로 땀을 흘려가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니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낮의 더위는 더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는 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새벽에 가서 찬물에 수영을 하고 오는 것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밤새 뒤척이며 끈적끈적한 몸을 이끌고 수영장을 가서 개운하게 샤워하고 찬물에 수영을 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습니다. 치전원 입학전부터 하던 수영이지만 치과의사의 직업과 요즘 같은 날씨에 저에게 잘 맞는 운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아침수영을 하면 그 안에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직업도 매우 다양하고 나이도 80이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합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몸 좋은 고등학생, 제 학창시절 은사님, 자동차세일즈맨 형님, 가정주부, 자식들을 해외 이민 보내시고 혼자
용기가 없었다. 평범한 제자인 내가 교수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송공연이라는 큰 행사에서 감사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발표를 위해 적어둔 편지는 아직도 내 가방 속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지는 마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나의 글을 볼 거라는 생각에 여전히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보다는 교수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 그리고 그것을 너무 늦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제자로서의 간절함이 훨씬 더 크다. 경희문 교수님,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교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도학생으로서 전공의 시절 동안 저는 교수님께 참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은 세미나에서든 식사 자리에서든 교정에 관련된 임상뿐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참 많은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교수님의 진료와 교정테크닉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원을 하고 보니 교수님께서 예전에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주신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련의 시절 때 좀 더 정신 차리고 교수님 말씀을 새겨듣지 않은 것이
“강호에서는 무조건 가진 능력의 서푼을 숨겨야 한다. 모든 것을 드러내면 빨리 죽기 십상이다. 상대가 알고 대비책을 세우기 때문이다.”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최고의 능력치를 가진 주인공을 보통 [먼치킨] 이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사건도 단순 명료하며 통쾌하게 해결해버리는 소위 사기캐릭터이죠. 그러나 아무리 약한 상대를 만난 먼치킨들도 서푼의 실력을 숨기면서 싸움에 임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먼치킨의 유래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동쪽나라의 어리석은 짓을 하는 난쟁이 종족 ‘먼치킨(munchki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진행하려는 어리석은 플레이어’의 의미로 TRPG 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처음 칭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만, ‘여러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을 압도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 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서푼의 능력도 없으면서, 그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일만배로 과대 선전하며 클랜 게임에서 서로 협력하지 않고, 혼자 헤매다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인물을 ‘민폐 캐릭터’라 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