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라고 하여 보리가 아직 여물기 전인 음력으로 4~5월인 오뉴월은 굶주림으로 신음소리 가득한 애달픈 시기였습니다. 맥령기라고도 해서, 험한 산 하나를 넘듯 삶의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렇게 배고픈 시기가 언제였는지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쌀 소비가 줄어들어 오히려 수출을 하고, 보리는 별미중의 별미요, 건강식으로 특별하게 찾아 먹는 시절이 되었으니 호시절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TV에서는 각종 요리 프로가 인기를 끌고, 먹을거리로 너튜브 방송이 넘치게 되었으니, 분명 먹고 사는 것으로 따지면 호시절이 맞겠지요.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배고픔으로 움켜쥐던 육신의 고통은 사라졌지만, 대신 무심함의 시선들만이 교차되는 신(新)춘궁기가 있는 듯합니다. “겉보리가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한다.”는 속담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은 하급 품질의 보리 약간만 있어도 남의 신세를 절대 안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권력욕 혹은 금력에 취하여 자존감까지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황금빛 찬란한 보리밭에는 질척이는 욕망은 사라지고, 까끌까끌한 보리가시를 태우고 익혀진
거칠고 진한 것들보다 부드럽고 연한 것들이 더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노안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에 맞서는 것보다 순응하고 긍정하는 것을 더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귀에 들어오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은 고집스러움이 귓밥으로 가득 찬 연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왔음도 인정해주렵니다. 말로 해명하고 모면하는 것보다 발로 뛰고 손으로 매만지면서 해결하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한 것은 오랜 세월을 전문가로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오늘이 나와 당신과 우리들의 미래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은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넘치기를 희망합니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것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지금”이, 행복하겠다는 결심의 순간이 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고, 미래는 나의 것, 당신의 것, 우리의 것이 될 테니까요.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자연이 대리석을 깎아내어 험준한 계곡을 만들고, 제비들이 날아들어 절벽 구멍에 둥지를 튼다는 곳. 바로 대만의 제일명승지라는 태로각 협곡입니다. 태백산맥을 동서로 횡단하기 위해 넘는 대관령, 미시령, 한계령 등이 해발고도 1,000미터 아래임에도 힘들게 쉬면서 넘어가는데, 대만에는 3,000미터가 넘는 고봉 200여개가 남북을 가로질러 중앙산맥으로 위치합니다. 일제도 식민지 대만을 수탈하기 위한 동서 관통도로는 만들지 못하고, 해안을 따라 철로를 만들어야 했다고 합니다. 대륙의 반대편 태평양 쪽에 자주국방을 위한 군사적인 요충지 마련을 위해, 장개석 총통의 아들 장경국이 중국본토에서 건너온 퇴역군인들과 죄수, 민간인 등 450여명을 동원합니다. 동쪽의 화련 태로각 협곡부터 서쪽의 타이중까지 192km를 뚫어 만든 도로가 바로 “동서횡관공로”입니다. 기술도 장비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라 삽과 망치로 터널을 깎고 파서 10년 걸릴 공사를 단 4년 만에 끝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땀과 피로 만든 도로로, 그때 희생되었던 226명의 위패를 모신 절이 장춘사입니다. 그 길은 이제 태로각 협곡의 절경을 감상하는 최적의 공간으로 대만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었습니다. 사진
선덕여왕이 공주시절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을 보고 “꽃은 고우나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을 것이다.”고 해서, 씨앗을 심어보니 과연 향기가 없었고, 이에 선덕의 영민함을 모두가 탄복하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삼국사기로 전해오는 것을 잘 알고 계시지요? 그런데, 모란은 분명히 향기가 있고, 꿀벌과 나비를 모으는 꽃입니다. 화려하고 풍염하여 위엄과 품위를 갖춘꽃이라 하여, 귀하게 대접받고 부귀화라고 하기도 하고, 화중왕(花中王)으로 칭송을 받아왔습니다. 모란과 거의 구분하기 힘들만큼 꽃 모양이 비슷한 작약이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모란은 나무에 속하고, 작약은 풀에 속합니다. 작약을 나무에 접목, 교배시켜 모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밑둥 쪽을 보면 모란은 나무입니다. 나뭇잎도 오리발모양으로 윤기가 없는 것이 모란, 길쭉하고 광택이 있는 것이 작약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그럼 당나라에서 보내온 모란꽃 그림에는 왜 나비가 없었을까요? 중국 당나라 시기에는 모란꽃에 나비를 그리지 않는 법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비는 80세를 뜻하는 것으로, 영원토록 부귀영화를 누려야하는데, 80세까지만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으로 한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솜씨 좋은 현상소 아저씨를 만나는 것이 행운이었습니다. 그래야 찍은 사진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게 인화되어 받아볼 수 있었으니까요.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인 요즘에는 카메라 제조사의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잘 만나야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조시 기본값이 잘 세팅된 카메라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바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포비온’이라는 센서를 사용하는 시그마라는 회사의 제품입니다. 초기 제품들은 ‘화질 하나만 빼고 모든 것을 포기한 카메라’라는 말이 있고, 야생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결과물의 호불호가 심한 카메라였습니다. 지금은 편리성과 화질의 편차가 기술적으로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일반인이 다루기 힘든 카메라로 알려져 인기가 별로 없고, 소수 마니아들을 위한 카메라처럼 인식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보정’이라는 과정을 거치면 그 어떤 카메라보다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는데도 말입니다. 세상에 무보정 사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포비온 센서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더욱더 무보정으로 내놓기가 힘들어서 보정이라는 과정을 거의 무조건 거쳐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진료에만 전념을 했더라면 그럴 일이 거의 없었겠지만, 30여 년을 동창회, 지역치과의사회, 봉사단체, 치협 등에 얽히다보니, 신념이 강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이끼리는 연결되어, 서로에 대한 영향 평가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생떼를 쓴다... 앞뒤가 꽉 막혀 대화가 안 된다... 돈키호테 고집불통이다... 등의 평가를 주고 들으며 의견 차이를 극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희망이 당신이었는데, 당신마저 신념을 몰라줬다고 하는 서운함과 억울함을 해소하는 창구로 극과극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신념과 고집은 다릅니다. 또한 독단과 확신도 다릅니다. 흔히 고집과 독단을 신념이라고 포장하고, 본래 추구하고자 했던 것을 잃어버리는 오류에 빠집니다. ‘신념’은 내가 믿는 바를 확신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수렴해 물음표를 찍어보는 단계를 거칩니다. 그러나 ‘고집’은 다른 의견, 다른 생각에는 귀를 틀어막고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독단’은 기억의 고집이라고 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바를 남들도 다 따라해야한다고 고집합니다. 반면 ‘확신’은 나 혼자 믿어도 좋은, 그러면서도 타인의 생각을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의 자세. 사
강원도 태백시 금대산 검룡소에서 발원하여 정선, 영월, 단양, 충주, 여주를 거쳐 굽이굽이 천리 물길을 내면서 흐르던 남한강은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한강 본류가 되어 서해로 흘러든다. 높은 산지 사이를 흘러내려온 북한강이 좁고 거친 계곡 풍광을 보이며 투박한 야생의 느낌이 강하다면, 상대적으로 너른 대지를 흐르는 남한강은 여유롭게 넉넉하고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지난밤 뒤척임을 반복하게 했던 번뇌가 여명을 깨우는 타종소리에 씻겨 흩어지는 새벽, 남한강에 물안개가 오른다. 세속의 복잡한 사연들을 어찌 다 감출 수 있겠는가? 굳이 들추어내지 않아도 태양이 떠오르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일이다. 귀함도 추함도 모두 하나의 도시에 공존하는 것. 어떤 길을 갈 것인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순간순간 선택들과 경쟁이 강요되고, 탄성과 한숨이 교차되어 치열함으로 가득한 도시를 잠시 로그아웃. 어머니 같은 남한강의 새벽을 깊게 호흡해본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신학기가 시작되어 미숙함과 분주함이 넘치는, 점심시간 끝 무렵, 창문 밖 풍경. 트렌치코트를 멋스럽게 입거나 나비넥타이를 그럴듯하게 매고 파이프를 물거나 혹은 목도리에 헌팅캡을 쓰거나 세련된 콧수염을 만지며 전부 다른 개성으로 단장하고서 시크하게 미소까지 슬쩍 날리면서 노교수님들 열 분이 대오를 이루며 교문으로 들어오신다. 일렬로 선 위풍당당에 바다가 갈리듯 학생들은 좌우로 물러서고, 아직 꽃샘추위 쌀쌀함으로 꼭꼭 닫혀있던 강의실 창문이 이때만큼은 활짝 열어젖혀졌다. 하시는 연구와 발표가 곧 의료계 역사가 되었던 분들. 그 당당하고 여유로운 스승들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열렬히 박수를 치며,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와 존경을 표하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가슴에는 사랑과 봉사에의 열정을 채우고 머리는 냉철한 판단력과 이성을 앞세워 눈과 손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정진하여야 한다는 가르침들이 행진하는 4월의 교정에는, 미래의 꿈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하얀 목련이 뿜어내는 향기로 가득하였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다. 맛있는 것만 먹고 싶고, 맛있는 것만 먹여주고 싶다. 예쁜 것만 입고 싶고, 예쁜 것만 입히고 싶다. 소박하다고 생각되는 꿈들일지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애를 써야할까요? 어려움에 직면하여 스스로 풀어내기 전에는 모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오늘 팝콘처럼 펑펑 터지는 벚꽃을 위해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뎌냈습니다. 당장의 눈앞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떠난 당신은 함께 이겨내고 맞이할 달콤한 기회를 놓치게 될 수 있습니다. 환하게 예쁜 순백의 벚꽃을 보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봄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여 주세요. - 벚나무 올림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다음 중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할까요? 1. 단단한 포장에 상한 내용물 2. 허접한 포장에 상한 내용물 3. 허접한 포장에 좋은 내용물 4. 단단한 포장에 좋은 내용물 당연히 4번 문항을 다들 고르시겠지요? 단단한 포장에 상한 내용물을 파는 행위는 사기이고, 그걸 고른 당신은 안목이 없는 것입니다. 허접한 포장에 상한 내용물을 고르는 사람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허접한 포장이지만 좋은 내용물을 고른 당신은 수완이 좋다는 말을 듣습니다. 단단한 포장에 좋은 내용물을 담아 팔아야 인정받고, 또 그런 물건을 사야 선물했을 때 기쁨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범답안으로 4번 답안을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3번 답안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단단한 포장에 좋은 내용물은 대개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소위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쏟는 노력은 참으로 가상합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고, 품질은 가격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값싸고 좋은 물건에 마음이 기울어진 구매자와 좋은 물건은 그만큼 값어치를 한다라는 판매자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
간간히 찾아오는 꽃샘추위가 여전하지만, 3월 중순, 이제 춘분이 지나 밤보다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계곡이며 들녘이며 공원에는 꽃망울이 맺히고, 남녘에는 벌써 목련이 활짝 개화를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산길 따라 계곡 따라 오르다, 돌 틈 아래에 옹기종기 흰 노루귀 가족을 만났습니다. 노루귀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꽃이 핀 후 잎이 나오는데, 솜털이 많고 말린 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아서 붙여진 것입니다. 흰 노루귀, 분홍 노루귀는 눈에 많이 띄는데, 청 노루귀는 보기가 좀체 쉽지 않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내 것 네 것 다툼으로 사시사철 냉탕 온탕을 오가며 계절감을 잃은 지 오래인 사람살이에서 슬쩍 벗어나, 때 되면 꽃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명년 봄 희망을 기약하게 만들어주는 노루귀 앞에 납작 엎드립니다. 봄꽃들에게 드리는 경배가 자연스러운 것은, 몸을 한껏 낮추고 발아래를 잘 살펴보아야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고, 마음속에 담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역설적이게도 농촌 일손 부족으로 오히려 기계화가 잘 되어 예전처럼 허리 숙여 낫질을 해야 하는 경우는 드물게 되었습니다. 모판에 씨앗을 뿌려 싹이 나고 한 뼘쯤 자랐을 때면, 학교며 일터며 군대에서는 하던 일들을 멈추고 농촌으로 향하였지요. 듬성듬성 던져진 모 다발을 주워 하나하나 심어가며, 길게 늘어서 사람들이 허리를 펼 사이도 없이 모잡이는 냉정하게도 한 칸 사이 벌려 멀어져 가고, 언제 끝나나 싶었던 뒷걸음질이 끝났을 때는 논에 초록의 꿈이 하나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삐쭉삐쭉 나온 피들을 걷어내고, 병충해 방제제를 뿌리고, 그렇게 알곡이 채워지길 기다리며 한여름을 보내고 나면, 허수아비들이 하나씩 세워지기 시작합니다. 속을 가득 채워주는 든든한 가을 햇살은 최고의 영양제, 날아드는 참새들을 쫓아내는 소리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태풍이라도 지나는 시기에는 잠 못 이루며 물꼬를 틀어 달려가야 했지요.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추석 무렵의 황금빛 찬란한 들녘에는 넉넉한 부자의 마음이 넘실대고, 또 다시 도시는 농촌으로 달려갔습니다. 서걱서걱 베어지는 벼이삭을 한데 묶고, 경운기에 올려 탈탈 거리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적게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