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처음 만나서 이런저런 신변잡기와 관심사에 관해 대화하다 보면, 인생 영화나 인생 책을 질문 받는 경우가 있곤 하다. 마치 회사 면접 질문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준비하듯이 저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있는데, 얼마 전 인생 ‘시’가 뭐냐는 질문을 처음으로 받고 굉장히 놀라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학창시절 정철의 사미인곡이라든지, 이상의 시라든지를 화자의 정서와 표현법에 교과과정에 맞추어 마치 MBTI F처럼 억지로 공감해가며 읽었던 기억만 있을 뿐 남에게 당당히 내 인생 시라며 마음에서 우러나와 추천해줄 수 있는 시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래서 본과 2학년 2학기의 다시 없을 마지막 방학을 맞이했겠다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들러 시 코너를 뒤적였다. 나의 고약한 습관 중 하나는 영화든, 소설이든, 무엇이든 처음 전개부터 흥미로워야 끝까지 결말을 보고싶어 한다는 것인데, 내 이목을 끌만한 제목이나 첫 챕터를 보이는 책이 없어 슬슬 흥미가 떨어져가던 찰나 한 시집의 제목을 발견했다.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이 얼마나 짧고도 강렬한 제목이던가. 제법 관심을 가지고 시집을 찬찬히 넘겨보았다.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는지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무지를 깨닫는 순간이야말로 지식과 지혜를 향한 첫걸음이 아닐까요? 세상에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 어떤 것은 몰라서 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지를 인식하고도 그대로 머무르는 것과 그것을 채우기 위해 한 발 내딛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우리의 생각의 폭을 넓히며,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하고, 알게 된 후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 아닐까요? SNS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과 관심사를 학습하여 관련 자료, 영상, 광고를 알고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제공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국가고시 필기시험을 몇 주 앞두고 본가에 잠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다시 전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멀미 때문에 버스를 못 타지만, 이상하게 기차에서는 멀미가 나지 않아 수년째 애용하고 있고, 평소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시간대에 객차 끝 창가자리 KTX를 예매해두었다. 그런데, 열차에 올라서니 내 자리에 웬 중년의 남성분이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평소 입석표를 예매한 승객들이 빈 좌석에 앉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나는 그 분을 깨워 내 자리임을 알렸고, 그 분은 사과와 함께 소지품을 한껏 싸들고 자리를 비켜주셨다. 자리에 앉아가던 중 10분 쯤 지났을까. 이번엔 반대로 그 남성분께서 다시 돌아와 나를 조용히 깨우더니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는 것이다. 열차 좌석이 중복으로 예약된 것 같다는 얘기였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여 예매한 표를 확인하려고 곧바로 코레일 앱을 켜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예매한 표는 2시간 전에 이미 떠났고, 엉뚱한 사람을 깨워 자리를 뺏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그 자리에서 90도 인사를 연신 거듭하며 정신없이 짐을 빼는데, 아저씨는 괜찮다며 허허 웃으시곤 다시 처음과 같은 자세로 주무셨다. 곧바로 승무원을 통해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ISO/TC 106)에서 보철 재료(Prosthodontic materials)에 대한 국제표준을 제·개정하는 소위원회(Sub-Committee, SC)는 SC 2이며 해당 분과 중 치과 - 세라믹 재료(Dentistry - Ceramic materials)를 담당하는 작업반(Working Group, WG)은 WG 1이다. SC 2/ WG 1의 의장 격인 컨비너(Convenor)는 미국 University of Mississippi Medical Center 치과대학의 Department of Biomedical Materials Science 교수인 Dr. Jason A. Griggs가 역임하고 있다. ○ 이번에 소개할 국제표준은 2024년 8월에 출판된 ISO 6872 Dentistry - Ceramic Materials (치과 - 세라믹 재료) 제5판이다. 이 표준에서는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오는 4월에 있을 치협 100주년 행사를 맞아, 본 칼럼은 그간 치협의 활동에서 치과전문직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윤리적 수행으로서 치의학과 치과 진료를 구축하려 노력해 온 모습을 2회에 나누어 검토합니다.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전문직의 윤리적 수행이란 개념을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해야겠지요. 이것은 구강 영역에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광화문 만큼 질곡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체험한 건물은 없을 것이다. 태조 3년인 1395년에 주례 고공기를 기본으로 세운 경복궁의 정문으로 ‘나라의 위엄과 왕의 덕이 널리 빛난다’라는 현판의 뜻과 달리 오욕과 상처투성이의 과거다. 1592년 임진왜란때 궁을 버리고 의주로 몽진한 선조에 분노한 백성들이 경복궁을 방화 약탈했으며 광화문도 소실 되었다.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이르러서야 중건되고 일제때 해체되어 지금의 민속박물관쪽으로 이전되고 그 앞자리에 조선총독부 건물이 위치된다. 6.25때 폭격소실, 1968년 철근콘크리트 복원, 중앙청(총독부청사) 철거 후 2010년 원래 위치에 원형복원 된다. 경복궁을 기준으로 좌측에 종묘, 우측에 사직단을 두고 중앙에서 정남쪽으로 뻗어나가는 육조거리, 좌측으로 교차되는 시전은 오늘날도 그 골격이 그대로 남아서 명실상부한 한국의 역사와 행정,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유대한민국이 건국된 곳이며 경제발전의 피땀어린 역사가 뒷골목 해장국집에도 박혀있는 곳이다. 1975년 국회의 여의도 이전, 1995년 법원의 서초동 단지, 2022년 용산 대통령실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권부가 광화문을 떠났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은 여전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치과의사는 어떻게 되었나요?” 치과의사라면 한번 씩은 들었을 만한 질문일 것이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서 꿈이 치과의사였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치과의사분들도 꽤 많으시다. 한국 치과의사들은 타 직종보다 유난히 “취미 부자”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치과의사분들을 보면 사진, 미술 등의 작품을 출품하거나,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분들, 또는 운동이나 여행에 진심인 분들이 아주 많다. 다재다능한 분들이 유난히 많은 집단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 그 이유를 나름 분석해보면, 아마도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이과적인 지식뿐만이 아니라, 미적 감각과 손재주도 필수이고, 환자를 대하는 스킬도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문화 간 차이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를 알아갈 때 “취미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흔히 하는데 서양권 문화에서는 보편적으로 하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영문사전에 취미라는 뜻인 “Hobby”를 검색하면, “즐거움을 위해, 또는 쉬는 시간에 하는 활동”이라고 풀이되어 있고, 프랑스어로 취미라는 뜻인 “Passe-temps”를 직역한다면 “시간을 보낸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자사전으로
2024년 12월에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65세 이상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사회로 출생률이 감소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서 고령화 사회와는 다른 사회적 현상이 나타난다. 경제적으로는 노동인구가 감소하여 생산성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성장률 감소, 연금, 복지수요가 증가하여 국가재정 부담이 가중된다. 사회적으로는 의료비 및 장기요양비 증가, 세대갈등, 독거노인 증가 등 수명증가가 축복이 아닌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측면에서 삶의 질(QOL)이 담보되지 않으면 장수의 덕목은 크게 훼손되는바 한국보다 앞서 2007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실태와 대응 추세를 면밀히 연구하고 학습할 시기가 되었다. 한국은 방문치과 진료 시스템과 경험이 전무하다. 외래진료(치과에 가는 것)를 받을 수 없는 환자의 원인질환으로는 뇌졸중, 치매, 고령 노쇠, 골절, 관절질환 등으로 케어가 어려워져서 구강상태가 악화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심장병, 당뇨병이 악화되고 치주낭이 있는 경우 심근 경색, 동맥 경화를 일으키고 섭식, 연하장애로 인한 오연성 폐렴으로 사망의 원인이 된다. 한국은 IT기술을 이용한 임플란트 치료가 일반화될
이번 칼럼에서는 AI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란 용어는 지금 읽고 계시는 선생님들도 어렸을 때 만화나 영화에서 이미 사용되어온 용어입니다. 그리고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후,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학습) 이란 용어가 널리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당시 2016년 9월 조교수로 임용되어 치아 사진을 이용하여,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이미지를 분류하는 것을 연구 과제로 내어 당시 딥러닝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했습니다. 당시 딥러닝을 이용해 이미지를 가상으로 생성하는 기술들이 초창기 단계로 등장했고, 텍스트마이닝은 문장을 분석하고 어떻게 문장을 생성하는지 등에 관한 연구들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딥러닝 기술의 한계는, 고품질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이미지를 잘 분류할 수 있으나 다른 데이터 세트에서는 동일한 성능을 내기 어렵고, 데이터 구축의 어려움 등이 존재했다는 점, 그리고 이미지나 텍스트 생성이 전문가들만 접근 가능한 영역이었으며 그 결과물의 품질도 좋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2년 말 ChatGPT로 대표되는 LLM(Large Language Model, 대형 언어 모형)의 초창기 버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