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새벽 골목 귀에서 부는 바람을 깨우는 외마디 풍경(風磬)이 되었으면 좋겠네 먼 길 가는 봇짐 속 베개가 되어 환희(歡喜)의 눈물로 젖어졌으면 좋겠네 비상하는 독수리의 눈이 되어 수평선 너머 설산(雪山)을 보았으면 좋겠네 솟구치는 나뭇잎이 되어 담장을 넘고 들창문 붉은 심장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네 징검다리를 건널 때 찰랑이는 냇물이 되어 충혈(充血)된 발목을 어루만졌으면 좋겠네 늦은 밤엔 시(詩)가 되어 시절 없이 어리숙하기만 한 고단함을 녹였으면 좋겠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맛이란 참 이상도 하지. 계란 푼 라면보다 스프만 끓이는 라면이 더 맛있다. 나름의 식성이라지만 간짜장이나 삼선짜장보다 그냥 짜장이 맛있다. 그만 화장을 지운 옆 사람 얼굴처럼 맛있는 건 뒤에 먹는 법, 등심 먹고 나서 된장찌개에 밥 먹듯, 가장 싼 것이 가장 맛있다. 재료가 귀해서 비싸지. 싼 것은 맛없어서가 아니라 흔해서 그 런 걸. 곁에 있는 사람 떠나면 그때 그 맛 알게 되는 것처럼 자리 없는 식당에서 식탁을 혼자 차지하기 눈치 보이거든 주문 먼저 하고 앉 아라. 차림표 가지고 오기 전 그 집 맛이 최고란 걸 행동으로 보여라.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젓가락 들고 있으면 더욱 좋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전하게 되 는 사랑처럼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
아마도 깊은 심연 궁정 정원사였을까 덩굴손이 바삐도 움직인다 한때 성벽을 기어올라 파수꾼 노릇도 했다더니 매끄러운 몸에 줄무늬 문신이며 북소리도 제법 파문(波紋)을 일으킨다 꿈을 꾼 것이다 속살 파내어 뱉어내고 피멍울에 시커먼 씨를 받았다 배가 불러오는 것이다 만삭이기 전에 수면으로 치닫는다 일탈이 아닌 꿈을 꾼 것이다 대륙과 초원의 꿈은 고달프고 초라하기도 했다 가끔 멋들어진 연회에 장식이거나 종막이 되어 주기도 한때 씨받이로 모양을 바꾸기도 했지만 꿈은 지울 수 없었다 산비탈, 햇빛과 구름과 바람과 비를 담고 이슬과 그늘과 달빛과 별빛으로 빚어 맑고 고운 날 해거름 평상에 둘러앉은 이들에게서 쩌억, 벌어져 선홍 꽃들을 피우는 것이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당신에게는 무심해서 탈색되었을지라도 혼자 걸었을 곳의 흔적 나의 눈에는 가득히 보입니다 오늘은 무수한 별들 감싸고 있는 숨결을 속에 담아 두려 나도 혼자 길을 걷습니다 속으로 깊숙이 숨 들이키면 여전히 포근하고 따스한 호흡 심장의 피를 순환시키고 있습니다. 멀리 계신 탓에 보이지 않는 모습 당신이 걸었을 거리 텅 빈 공간에 숨결은 여전히 달무리 되어 가득합니다 가느다란 하늬바람에도 흔들리나 무심해서 사라지지 않는 다정한 이여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
살얼음길 걷다 보니 걸쳐진 그림자도 반 토막이다 새알 같은 모이를 먹고 솟대처럼 돋아 오른 반달 채우기 위해 반쪽은 버렸다 긴 밤을 통째로 먹어 눈썹 하나 문지방에 떨군 문둥이같이 설운 밤 어눌하고 불온한 사랑이 천형(天刑)처럼 건너간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부드러운 솜으로 줏대 없이 대해드릴까 뾰쪽한 송곳 되어 고집 힘으로 찔러도 될까 솜도 송곳도 때에 따라 필요하지만 불타는 마음은 화상 흉터로 성형해도 흔적 남듯 솜이 송곳이 될 수 없고 송곳이 솜이 될 수 없는 것은 태어남이 본래 그런 걸 부드러운 솜이나 단단한 철이나 서로 피운 불길 닿지 않도록 멀리 있어만 주자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
손바닥에 한 획(劃)을 그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떨림이 있다 보푸라기 투성이에 그늘지고 옹이가 있는 이곳은 어디쯤일까 장문(掌紋) 여러 줄기 따라가다 여울물 소리 가까워져 다가서 보니 보듬고 구르는 돌의 몸짓이다 눈 부릅뜨고 들여다보니 멍이 든 자리마다 지천으로 꽃이 핀다 세월은 가고 돌은 구르고 꽃은 핀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낮고 약한 자들의 소원 슬퍼하거나 침묵하기만 하면 그곳에 다다를 수 없다 산과 들을 점령한 바람에게 가느다란 깃발을 들고 함성으로 항거하는 손짓 겉으로 넘어지는 모습이지만 속에서 분노하는 소리는 흔들려야 꺾지 못한다 작은 숨결로 몸부림치는 한 숨죽여 산 이들은 바람도 피해서 간다 정재영 원장 -《조선문학》, 《현대시》 -한국기독시인협회 전 회장 -한국기독시문학학술원 원장 -국제펜 한국본부 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 특별위원 -한국시인협회 중앙위원 -<조선시문학상> <기독시문학상> <장로문학상> <총신문학상> <중앙대문학상> <현대시시인상> <미당시맥상> <펜문학상> 수상 -《흔적지우기》 《벽과 꽃》 《짧은 영원》 《소리의 벽》 《마이산》 등 15권 -《문학으로 보는 성경》 《융합시학》 《현대시 창작기법 및 실제》
바다는 품는 것이 아니다 품어지는 게 아니다 함덕에 오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대라는 이름으로 바람이든 파도든 물어야 한다 가까운가를, 소원한가를 제주 함덕에 오면 소멸이거나 명멸하거나 환이다 담았다가 끝도 없이 가 오는 숨 트임 술렁거림이다 아! 함덕은 저기 노을이다 바짝 들이대는 숨통이다 경계가 모호한 숨 트임이다 이게 무거운가 그럼 돌이켜라 그대는 단지 파도도 바람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함덕에 오려거든 그리움으로 오지 마라 함덕에 오려거든 서글퍼서도 오지 마라 그대여 오라 사방에 눈먼 바다에 오징어 배 불빛같이 무심한 그대가 오라 함덕에서 덤덤하게 널 보련다 눈이 먼 너를 바람이든 파도이든 눈 맞추어 보리라 눈이 먼 너를 품에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고뿔을 앓고 나니 기운이 없네 당뇨와 혈압이 있다고 한다. 음식도 가려 먹으란다. 실은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입맛이 떨어졌다. 목등뼈와 허리뼈에 협착증이 있단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한다. 다리가 저려 잠을 설친다. 70년 넘게 하루도 쉬지 않고 썼으니 무리가 갈 수밖에……. 매일 운동을 하자. 튼튼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덜 쇠약해지고 싶어서다. 신덕재 원장 -《포스트모던》 소설 신인상 등단 - 한국문인협회 인권위원,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 한국 소설가협회 중앙위원 - 국제PEN문학상 소설 부분, 서포문학상, 순수문학상 대상, 대통령 표창 - 수필집 《생활 속에 흔적》 《세월을 거슬러 간 여행》, 소설집 《앙드레 사랑》 《바보죽음》
부모나무의 사랑으로 싹이 터 잔가지 큰 가지로 뻗어 나와 바람에 건들건들 흔들리며 달빛보다 햇빛에 여물었다 아버지가 심은 팽나무처럼 내 꿈은 위로 향하고 어머니는 맨땅에 단물 주듯 간절한 정성으로 보살폈다 내가 뿌린 씨앗은 어디로 가고 꽃철이 지난 내 우둠지에 어느새 까치밥으로 매달려 서산 너머 황혼이 금쪽같이 보인다 들마당가 팽나무는 아직 애송이인데 나는 삭풍에 시달리는 고목이 되어 겨울밤을 하염없이 그지없이 불면의 망상을 엮어가고 있다. 김영훈 초대 회장 -《월간문학》으로 등단(1984) -시집으로 《꿈으로 날으는 새》, 《가시덤불에 맺힌 이슬》, 《바람 타고 크는 나무》, 《꽃이 별이 될 때》, 《모두가 바람이다》, 《通仁詩》 등 -대한치과의사문인회 초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