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제1876번째 유산여독서라… (遊山如讀書) 제가 2년 전에도 ‘산과 물은 서로 거스르지 아니하니…’라는 제목으로 게재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수많은 산줄기에 있는 분수령들을 우리 인생에 비유하면서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산행을 자기수양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산과 교감하는 것을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물음에 한 유명한 산악인은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산이 건강에 좋기 때문이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그것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산행은 그 자체로 정신수양이며 건강은 자연히 따라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조선조 대학자 퇴계 이황선생(1501~1570)의 시비의 제목이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입니다. 이는 청나라 대 문장가 기효람의 서재에 있다는 시의 제목인데 선생은 한 차원 높여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라고 하였습니다. 기효람이 독서의 즐거움을 산행중 신비로움에 비유하였지만 퇴계선생은 산행을 독서에 비유하여 정신수양의 좋은 방법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저는 이 말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Relay Essay제1875번째 나의 즐거움, 행복 나로 인해 남이 즐겁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 일은 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큰 일이기도 합니다. 나로 인해 남이 즐거운 일이 가장 훌륭한 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나를 위한 가장 큰 일이라는 것은 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한다면 그 일로 인해 내가 어떤 상태가 되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아마도 편하고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 일이 나만을 위한 일이라면 혹시 편하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남이 나를 좋아하고 따르는 일은 없습니다. 나아가 그 일이 남을 힘들고 어렵게 한다면 편하고 즐겁고 행복한 느낌도 잠깐일 뿐 오히려 더 괴롭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아마 나는 외롭고 쓸쓸해서 괴롭기까지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남을 즐겁게 한다면,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고 따를 것이고 나아가 나의 행복과 즐거움을 같이 좋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Relay Essay제1874번째 처음처럼 3주째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치과재료회사에 다니는 저에게 ‘치과’와 관련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업무의 연장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지금 업무 보고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착각이 잠시 들 정도로 말입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늘 입에 단 음식을 달고 사는 저는 3년 넘게 그 흔한 스케일링 한 번 안 받고 치과를 멀리하고 살았습니다. 그럼에도 이가 멀쩡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던 어느 날, 드디어 통증이 찾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참을 만큼 참았고, 갈 때까지 가보니 딱 한군데 남은 곳이 바로 ‘치과’였습니다. 근무 시간 도중 급하게 예약을 잡고 사무실을 나서니 어느 새 통증은 잊혀졌고, 수업 시간 땡땡이 치는 고등학생의 마음으로 그렇게 치과로 향했습니다. 가벼웠던 마음도 잠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동시에 풍겨오는 치과 특유의 냄새와 마주하니 손발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진료실로 들어가 체어에 앉는 순간 맥이 풀렸습니다. 순순히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모든 것을 체념하는데, 전에 치료한 금니가 썩었으니 뜯어내고 재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에 이번에는 온 몸에
Relay Essay제1873번째 치과 의료인으로서 봉사활동이 왜 필요할까 무더운 여름날. 나는 군포시 산본동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산본치과병원에서 원내생으로서 실습을 하고 있었다. 본과 4학년으로서 이제 실습도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고, 계속된 실습으로 심신은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였고, 뭔가 일상의 무료함도 많이 느낄 시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평상시에 서울에서 주말마다 활동하던 의료봉사단체인 생명경외클럽에서 농촌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된다는 것을 떠올리고, 병원에 교수님들과 선생님께 협조를 얻어 의료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내가 활동하는 생명경외클럽은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경외하고, 생명 그 자체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한다는 슈바이처 박사의 생명경외사상을 갖고 활동하는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 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과 졸업한 의료인들의 단체이다. 치의학 분야에서는 서울대와 연세대 출신 치과의사들과 연세대, 원광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는데, 나 역시 이 단체 소속으로 10명의 치의학도들과 치과의사 선생님들과 이번 농촌 의료봉사활동에 참가하게 되었다. 의료봉사활동을 하게 된 곳은 남원시
Relay Essay제1872번째 공중보건의 3년을 돌아보며 새내기 치과의사 2010년 4월, 난 그토록 바라던 치과의사로서의 첫 근무를 아산시 보건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 수에 놀라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치료를 해 드릴 수 있고 나 스스로도 임상실력을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되었다. 물론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진료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복잡한 술식들은 거의 없었지만,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이제 갓 졸업한 나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선배님들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치과진료에 조금씩 젖어들었던 것 같다. 보건소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는 집안형편이 어려우신 분,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성심성의껏 진료해드리려 노력하였다. 감사하게도 그런 노력을 느껴주셨는지 양말을 사주시는 할머니, 직접 키우셨다는 포도를 건네주시는 할머니, 비타민 음료를 사주시는 할아버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nb
Relay Essay제1871번째 추석 단상(秋夕 斷想) 긴 추석 연휴가 끝나가는 시점이다. 가족, 친지들과 연휴를 보내고 모두가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기차역 플랫폼에 서있다. 예정 출발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열차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돌아가는 길인지 기다리는 조바심보다는 여유로운 표정들의 사람들이다. 어두운 밤, 열차에 몸을 실은 뒤 하나둘 조용히 침잠해 간다.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를 많이 하였는지 쉬이 눈이 감기지 않는다. 자연스레 노트북 전원버튼으로 손을 옮긴다. 돌아오는 열차 위에서 명절 연휴를 곰곰이 반추해본다. 명절의 가장 좋은 점이란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 그리고 친지들을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혈육의 끈끈한 정과 옛 추억들을 함께 나눈 이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큼 좋은 일도 없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 조각을 함께 맞춰나간다. 하나씩 맞춰가는 과거의 조각들은 현재의 조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열차 밖 풍경을 살피면 그 속에 나도 비치듯, 과거와 현재를 살피며 내 모습을 오롯이 발견한다. 아무 허물없는 그들과의 조각 맞추기 시간은 본연의 내 모습을
여백 █ 솔 숲 - 소수서원 김유진 / 김유진치과의원 원장
Relay Essay제1870번째 교수님 감사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5학기동안 덤덤하게 대학원 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졸업을 하게 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런 저런 소회 속에서 지나간 학창시절의 졸업식이 생각납니다. 중학교 졸업식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답사문을 읽었던 기억, 대학교 졸업식 때 학사모를 쓰고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낭독했던 기억…그 이후로 다시는 졸업과의 인연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한번 배움의 터를 오가다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래왔듯이 졸업식이란 이 너머의 삶에 대한 설레임과 그동안 정들었던 교수님, 동기님들과 작별을 해야한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처음 입학 면접을 볼 때, 왜 우리학교에 지원했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임상치의학대학원 1회 선배님으로부터 학교와 교수님 자랑을 많이 들었다고 대답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그 선배님은 재학 당시에 수업이 워낙 즐거워서 요즈음에도 특강이 있을 때면 종종 강의실을 찾는다고 하십니다. 저희 역시 수업이 뜻깊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손에 놓은지 오래였던 논문을 해석하느라 애먹었던 기억, 교수님의 농
Relay Essay제1869번째 잘못된 의학 정보의 위험성 “옥수수를 먹고 나서 남은 대를 삶아 먹으면 잇몸이 좋아진다는데 정말인가요?” “치커리를 갈아서 헹구면 시린 이가 없어진다는데 진짜인가요?” “바나나 껍질로 이를 문지르면 이가 하얗게 된다던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진료실에서 또는 메일이나 블로그를 통해서 이런 유의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강 영역에 관해서 가장 큰 전문가가 치과의사이긴 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가 배운 지식과는 부합하지 않는 이야기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효과가 없다고 대답하는 것도 무책임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을 뿐 제대로 연구가 진행되었을 때 치의학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야 충치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자일리톨 역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단순한 설탕 대용품이었고 20세기 후반까지도 당뇨 환자들이 먹던 감미료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옥수숫대나 바나나 껍질의 효능을 무조건 무시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유의 소문은 자칫 환자
Relay Essay제1868번째 꽃보다 사람 #1 우리가 간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컸던 나는 조그마한 캐리어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모두들 음용수를 포함하여 현지의 날씨에 대해 한 가득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 현기증이 일만큼 햇빛은 뜨거웠고 어지러웠다. 이 모든 게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과대망상병에 걸린 듯 상비약을 한 묶음씩 챙기며 나는 그렇게 나 자신을 너무도 챙기고 있었다. 구강악안면외과 신효근 교수님, 백진아 교수님께서 도착하셨다. 의아하리만큼 간소하고 편안한 복장이셨고 여지껏 자신을 너무도 챙기고 있었던 내 자신은 한 없이 작아지는 부끄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교수님들의 평온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라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챙긴 의료기구들만 해도 신기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지만, 전공의 선생님의 지도하에 철저히 준비하였고 공항에서의 부산스런 행동 덕에 안전히 비행기 내에 실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나 혼자였었다면 가당치도 않았을 ‘합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공동체는 위대하다. #2 우리가 가고 있다는 걸
Relay Essay제1867번째 절약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적이 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께서는 하교후의 나를 돌봐주시기가 어려워 할머니 댁으로 들어갔고 초등학교 졸업때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마 지금 나에게 생긴 습관과 가치관은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항상 절약하시는 종이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셨다. 가령 시장에서 장을 보신 후 식재료를 담아온 검은 비닐봉투는 작은 삼각형으로 접어 항상 씽크대 서랍에 넣어 재사용 하셨고, 달이 지난 큰 달력은 뜯어 공책크기만큼 잘라 한쪽 바늘로 꿰매 낱장으로 흩어지지 않게 한 뒤 나의 연습장을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식사 준비를 하실 때에도 쌀을 담다 행여 쌀이 바닥에 떨어지면 한톨도 남기지 않고 주워 밥을 지으셨다. 모든게 부족한 시절에 여덟남매를 키우신 할머니의 오십년간의 습관일 것이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익혀왔던 생활의 절약방법이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모습으로 다가갈 때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애늙은이 같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