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과거에 다녔던 이발소를 찾아가 이발을 하고, 지하철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일본 관광객으로 가득찬 객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본에서는 3월은 졸업을 하고 사회인으로 진출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진급준비를 하는 여유로운 시기이다. 그런 탓인지 일본의 젊은이들이 캐리어를 끌고 웃으면서 지하철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요즈음은 ‘앱’이 발달이 된 탓에 굳이 길을 묻지 않아도 된다. 일본어를 처음 배웠을 때, 지하철을 타려고 승강장에 내려갔더니, 역장처럼 보이는 역무원이 필자를 불러세우며 일본 관광객이 길을 물어보는데 대답을 해 줄 수 있냐고 해서, 이 분이 필자가 일본어 배우는 중임을 어찌 알았을까 의아해하면서 일본관광객들이 타야 하는 방향을 알려 주었고, 내리는 역도 안내해 준 적이 있었다. 여기까지였으면 좋은 기억으로 남았겠지만, ‘사족(蛇足)’처럼 뿌듯한 느낌으로 했던 행동을 최근에는 후회하곤 하는데, 필자가 내리면서 함께 동승했던 일본 관광객들에게 다시 가서 어설픈 일본어로 필자가 내린 후 몇 번째에 내리면 된다고 알려주었던 것이다. 매우 고마워하면서도 부담스러운 표정을-고맙다는 표시를 별도로 해야할까 하는- 읽어낼 수
2023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인구의 양적·질적 구조의 동시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구의 고령화는 그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는 90세 이상의 노인이 진료를 위해 치과를 찾는 경우를 더 자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저출산의 고착과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데, 이 고령화는 저출산·저사망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절대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사망은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전에 기반한 긍정적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시장·주택시장의 불안정, 노인빈곤율 증가, 축소사회의 도래 등과 같은 경제부문별 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혼인건수는 연간 10.3%씩 감소하여 출생아 수 감소율인 7.2%보다 빠르게 감소하였습니다. 이는 향후 몇 년간 출생아 수가 더욱 감소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현재 고령사회(전체 인구의 14% 이상이 65세 이상)로 당초 2026년에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현재 그 시점은 1년이 앞당겨진 2025년으로 전망됩니다. 65세 이
동양 문화권에서는 위생(衛生)이라는 용어는 중국 고전 장자의 한 구절에서 시작되어,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과 관련된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으며, 대한제국 시절 광혜원에서 선교의사인 알렌(Allen)이 위생학 강좌를 처음 개설한 이후, 일제강점기 시절 환경위생, 의복위생, 주택위생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개인위생, 공중위생, 보건위생, 식품위생, 구강위생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치약, 칫솔과 같이 구강을 청결히 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을 구강위생용품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구강위생용품이란 용어가 익숙하지만, 1986년에 이미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에 ISO/TC106 Dentisty/SC7 Oral care products 위원회가 만들어졌으며, 구강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에는 청결(hygiene)뿐만 아니라, 구강건강증진과 관리를 위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구강건강을 적절히 관리(care)하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됨에 따라, 보다 폭넓은 개념이 oral care products가 국제적으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Google 용어 검색 시 약 11배 차이). 2015년 개정된 구강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의하면 “역사(history)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지난 시대에 남긴 기록물, 그리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 등을 가리킨다. 또 인간이 거쳐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을 말하는 단어로도 쓰인다.”고 하고 있다. 아주 명쾌한 설명이지만 역사는 과거의 산물만은 아니다. 현재(present)는 역사가 만들어져 나가고 있는 과정이며, 미래 역시 더 먼 미래의 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넓은 의미로 현재, 미래 모두 똑같은 비중으로 역사를 이루는 주요 요소들이다. 오랜 고전이나 역사책들을 살펴보면 놀라는 점들이 있다. 현재와 같은 고도의 문명도 없이 미개하게만 살았을 것과 같은 고대인들이 현대인들과 느끼는 감정, 행동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이다. 성경에 묘사되는 수많은 인간관계들, 거의 2000년 전의 상황을 다룬 삼국지나, 우리의 고대 역사서 삼국사기, 심지어 기원전 4000년전 이상의 피라미드의 석판에 쓰여진 정치적 암투나 노동자의 고뇌 등을 보면 현대인들의 그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쯤 되면 과연 인간은 진화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마저 들 정도이다. 이렇듯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에 역사
우리 지부 회에서 한동안 회무를 하다가 이제 드디어 임기를 마쳤다. 시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부담스러운 임무를 해 내느라 숨찼지만 한편으로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개인적으로도 큰일들을 조금씩 이뤄내면서 자존감도 좀 올라갔었다. 그러다가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왔다. 그로인해 개원하고 처음으로 일주일간 입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원장실에 잠깐 앉아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왼쪽 눈이 흐릿해졌다. 노안이 심해졌나 글자가 잘 안보이네. 잠시 후 직원들이 식사하라고 불러서 일어나려는데, 왼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게 뭐지. 직감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잘 알고 지내던 신경과 의사 동생에게 전화하여 증상을 말했더니 빨리 응급실에 가란다. 한 시간 반 동안 난생 처음으로 MRI를 찍고 나서 바로 진단을 받았다. MRI는 환자가 정말 힘든 촬영 장비라고 느꼈다. 일과성 대뇌 허혈증. 원인불명으로 갑자기 형성된 혈전이 뇌동맥 혈관을 폐색시켰다가 용해되어 재관류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또 나타날 수 있으니
돌봄 노인은 대부분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한다. 2001년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가 이를 잘 증명한다. 그 결과는 구강관리를 시행한 노인그룹과 달리 구강관리를 하지 않은 노인그룹에서 폐렴 발생률이 31% 이상 증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돌봄 노인에서의 흡인성 폐렴이 단지 구강위생관리의 부재를 넘어 불결한 의치, 뇌병변에 따른 흡인 위험과 인지저하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요양시설 치과계약의사제도 도입 과정에서 함께 했던 경험과 노년치의학회 활동을 토대로 습득한 돌봄 노인의 구강위생관리에 대한 실제적인 술기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 돌봄 노인의 의치관리법 돌봄 노인에서 의치성 구내염은 흔하다. 이는 구강이 불결한 상태에서 스스로 의치를 빼기가 힘들고 게다가 복합투약에 따른 타액감소와 탈수 및 저영양으로 면역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캔디다증이 잘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의치를 포함하여 잔존 치아에 대해서도 세심한 구강위생관리가 필요하다. 돌봄 노인에서의 의치 관리는 다음과 같다. 하루 1회 이상 칫솔에 치약이 아닌 비누를 묻혀 의치를 세척한다. 이는 치약 내 연마제로 의치 표면에 흠집이 생겨 오히려 세균번식을 더
살면서 노력 없이 대박을 꿈꾸며 막연한 기대를 한다. 길몽을 꾸면 여지없이 복권을 산다. 특히 한탕의 꿈을 꾸며 로또복권을... 아니면 즉석복권으로 그 자리에서 운을 확인한다. 꽝이어도 쉽게 자위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추첨을 통한 경품행사에 기회가 된다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참여한다. 공짜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의 공짜심리가 나쁘다고만 할 순 없다. 지루한 학술대회나 공연 중간에 행하는 경품추첨은 행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는 맛깔스러운 묘미가 있다. 유독 더 잘 당첨되는 사람이 있다. 기회는 똑같은데 내게만 늘 꽝인가? ‘운칠기삼’이라 했나? 운도 실력이라고들 한다. 유달리 운발이 튀는 사람과는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속이 덜 차 나는 꽝, 복권 떨어지는 꽝, 별 볼 일 없는 꽝, 의도하지 않은 꽝, 꽝이라는 단어가 좋지는 않다. 그러나 꽝을 밥 먹듯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그저 익숙한 단어일 뿐.(지나고 보니 모두가 꽝은 아니었다.) 무엇이든 채우려고 노력했다. 물질적 욕망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 그것으로 쌓여진 얕은 지식들로 인해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로 인한 잡다한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을 보지 말라고 눈을 가려주었다. 곧이어, ‘아플 거’라는 P 피부과원장의 위로를 자장가 삼아 눈 감은 김에 잠시나마 쪽잠을 자보려고 했지만, 살을 베는듯한 아픔과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니, 그저 이를 악물고 참아볼 뿐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의 P 원장이 경영하는 피부과를 찾은 이유는, 이제 ‘강호(江湖-개원가)’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과정의 하나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에 있는, 그간의 세월의 흔적인지도 모를 ‘검은 반점들’을 좀 없애고 개원가로 나오든지 하라는 후배들의 충고를 듣고, 아는 피부과에 와서 레이저 치료를 받게 되었다. 과거에 개원했던 동네의 P 원장을 찾아가면, 예전의 개원가 동료라는 생각에서인지, 개원 초기에 함께 예비군훈련 등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준 탓인지, 필자가 가면 별로 진료비를 청구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재료비 정도만 받는 P 원장이다. 바쁜 시간 중에, 불쑥 찾아간 필자에게 짬을 내어 아픈 레이저 치료를 끝내고, 한 달 후에 다시 오라 하고, 다음 환자를 부른다. 필자는 P 원장을 믿는다. 이 친구에게 내 몸을 맡겨서 어떤 탈이 생겨도 그건 불가피했을 상황이었을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믿을 수 있는
2023년, 대한민국은 인구의 양적/질적 구조의 동시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지방쇠퇴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현상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통계청의 월별주민등록인구통계 자료를 보면 2022년 8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전국 226곳 기초자치단체의 절반 수준인 116곳(51.3%)으로 나타났습니다. 농업, 단순제조업, 탄광업 지역은 1970년대 이후로 지속적으로 쇠퇴되어 왔습니다. 2020년과 대비하여 2022년 3월 기준 신규 소멸위험에 진입한 기초자치단체는 11곳이며, 통영시, 군산시 등의 제조업 쇠퇴 지역 및 동두천시, 포천시 같은 수도권 외곽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림). 서울에서도 지역 학령인구 감소로 문닫는 학교가 잇따르고 있고, 40년 역사의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도 올해 폐교되었습니다. 물론 경제-산업-사회구조의 변화, 교통수단의 발달, 기술발달 및 국가적 도시화 추세에 따라 세계의 지방들은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거칩니다. 한국의 지방쇠퇴 현상 역시 도시발달과정에서 수반되는 변화로, 최근 새롭게 대두된 문제는 아닙니다. 그러나, 거시적 경제 여건 변화와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저출산 등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노령화
치과人들과 국민들이 기분좋게 소통하는 단어 중에 단연 으뜸인 단어는 “건치”일 것이다. 치과의사가 건네는 “당신은 건치입니다”라는 한마디에, 환한 웃음을 짓는 그 사람의 얼굴이 연상된다. 건강한 치아의 줄임말이 분명할 터인데, “건치”는 고유명사로도 손색없는 멋진 단어이다. 건치가 이렇게 국민들로부터 환영받게 된 이유를 추측해 보건데, 아마도 치과계의 건치아동, 건치연예인, 건치방송인 선정과 이벤트를 지역치과의사회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꾸준히 추진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건치신문의 ‘2005 건치 연예인 선정’ 기사를 통해, 서울시치과의사회의 건치 연예인 및 방송인 선발은 당시 14회째를 맞았다고 하니, 1992년 처음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선발 과정은 개원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였다고 한다. 치의신보를 검색해보니, 2000년 건치연예인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수 임창정이다. 우리 치과의사 단체가 당대 최고의 연예인과 방송인에게 시상을 하고, 그들은 밝은 미소로 치과인들의 축제인 치아의 날을 축하해주는 서로가 윈-윈(Win-Win)하는 멋진 이벤트였다. 더 거슬러 올라, 대한뉴스 1968년 6월 15일 자 제679호-토막소식(https:/
인터넷이 보편화된 이후 우리는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되었고, 이렇게 변화된 생활 패턴은 이제 삶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거나, 공통된 관심사항이 있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모임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처음에는 풋풋하게 시작된 다양한 온라인 모임들은 점차 대형화 되었으며, 이제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하나의 사업 모델이 된 듯도 하다. 의료계에서도 특히 온라인 활용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이 주 고객인 미용관련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최근 사업화 경향과 맞물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치과계 의료 플랫폼 양상은 크게 치과의사들로 구성된 플랫폼과 치과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나뉠 수가 있다. 치과의사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주로 치료 재료, 장비의 후기 혹은 가격비교, 공동구매 및 구인구직정보 등이 주요 주제이고,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진료 후기 및 비용에 대한 것이 주 테마인 듯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환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인데,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소소하고 솔직한 후기나 정보로 시작했던 사이트가 점차 대형화, 상업화 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첫번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