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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의는 환자의 구강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 1

“역사를 아는 치의에게 미래가 있다” 역사를 정의하는 아포리즘은 많다. 그러나 역사를 알아야 할 당위성에 대해서는 윈스턴 처칠의 격언이 가장 유명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정체성은 뿌리에서 기인한다. 뿌리를 모르면 지금 서있는 자리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는다. 권 훈 원장은 대한치과의사학회에 몸 담으면서 오랫동안 치과의사학을 천착해 왔다. 치과의사 역시 역사를 알아야 미래가 있다고 강조하는 권 원장이 이번에는 예술과 치과의사학을 결합한 칼럼을 격주로 게재한다<편집자 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에서 예술은 순수 예술인 음악이나 미술이 아니라 의술(醫術) 즉 healing arts를 뜻한다. 사람의 인생은 짧지만 의술은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기에 의사들에게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구이다. 최근 들어서는 전공학문 뿐만 아니라 인문학(humanities)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어 교육 과정에도 ‘치과의사학(齒科醫史學)’등과 같은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책을 읽으면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고난과 승리로부터 뭔가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역사학자도 아닌 사람에게 이러한 독서 활동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꾸어 생각해본다. ‘One picture is worth ten thousands words. 이 짧은 문장 안에 필자가 ‘그림으로 배우는 치과의사학’이라는 코너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바람이 담겨있다. 치과의사에게 직접이든 간접이든 과거의 경험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경험을 통해서 가르침을 얻을 수 있고, 역사적 교훈을 가지는 과거는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기에 앞으로 20여회에 걸쳐 그림을 통해 치의학 역사를 알아보고자 한다.

치과의사와 미술은 역사적으로도 각별한 인연이 있다. 화가 에두아르 뷔야르(Edouard Vuillard, 1868-1940)의 1914년 작품 ‘Portrait of Dr. George Viau’에서 주인공은 프랑스 치과의사 조지 비유(George Viau, 1855-1939)다. 그는 미술품 수집가였고 많은 화가들을 후원하였다. 그 화가들의 면면을 보면 세잔, 모네, 르느와르 등이 있어 미술사 발전에 치과의사도 일정부분 기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미술사에서 화가보다 더 유명한 치과의사도 있다. 미국 아이와주에서 개원 중이던 치과의사 Henry Mckeeby(1867-1959)는 자신의 환자인 화가 Grant Wood(1891-1942)의 작품 ‘American Gothic’에 모델로 참여하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치과의사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림 속에 치과의사도 있고, 그림 안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다. 앞으로 이러한 것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841년 화가 John Goffe Rand에 의해 발명된 튜브물감은 미술계와 치과계에 큰 변혁을 가져왔다. 튜브 물감은 휴대가 용이하여 화가가 스튜디오를 벗어나 자연과 빛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담을 수 있는 인상주의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한편 1878년 파리에서 유학중이던 치과의사 Lucius Sheffield(1854-1901)는 화가가 튜브에 담긴 물감을 파레트에 짜는 것을 보면서 유레카를 외쳤다. 그는 병(jar)에 담겨 판매 중이던 크림형 치약의 위생적인 단점을 해결하는 금속 튜브 치약을 개발하였다. 만약 튜브 물감이 없었다면 인상파 화가도 사람들의 구강 위생 개선도 요원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치과 역사와 관련 있는 일화를 그림을 매개로 수다도 떨고자 한다.

1800년대에 사진기가 발명되어 대중화되기 전까지 그림은 예술이기 전에 기록의 역할을 하였다. 화가의 능력은 어떤 것이든 똑같이 그릴 수 있어야 실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러한 미술사적 배경으로 인해 치과를 주제로 한 그림들은 무척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림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서 그림 한 장과 짧은 이야기를 가지고 앞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치의학은 예술과 과학이 오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학문이다. 예술가가 사람의 인생을 그리듯 치과의사는 사람의 구강을 그린다. 그래서 환자의 구강은 캔버스, 치과의사는 화가, 치과는 화실이라 비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는 어떤 미술 양식의 화가에 해당되는지 궁금해진다. 밀레처럼 평범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그리는 사실주의 화가일까? 달리처럼 무의식을 표현하는 초현실주의 화가일까? 최소한 하얀 캔버스에 점하나 찍고 작품이라 설명하는 괴상한 화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려운 고난과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던 화가처럼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처럼 다양한 서양 미술사 그림을 통해서 치과의사 직업의 의미를 화두로 삼으며 소통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미술과 치의학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미 42년 전에 김규문 선생님께서 대한치과의사협회지에 ‘미술작품을 통하여 본 치과의학’이라는 제하로 게재하였다. 무려 15년 동안 치과와 관련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소개되었다. 그때는 인터넷도 없고 외국 서적도 구하기 쉽지 않았을 시기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선학들의 열정과 노력에 존경심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필자는 본고를 미술과 치의학의 만남 시즌 2 정도로 생각하고 앞으로 20여회에 걸쳐 써나갈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 훈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미래아동치과의원 원장
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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