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준비하다 보면 그리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쉬운데 채우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리기는 기획의 성격이, 채우기는 실무의 성격이 있어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그리기는 이전만큼 어렵지는 않다. 그리기는 채우기에 비해 몸의 고됨이 덜하니 실행하기가 쉽다. 일이 실패할 경우 그리기를 한 사람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이다. 그린 그림의 크기가 클수록 더욱 그런 편인데 실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채우기는 일에 대한 경험을 쌓아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업무이나 대개 반복적인 일을 수반하고 실무적인 지식을 동원해야 하므로 머리와 몸이 고되다.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때는 채우기를 통하여 본인이 투자한 시간만큼 성장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고 나면 채우기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잠을 줄여야 하고 투자한 시간만큼 지속 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기가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주 접할 수는 없지만 사안에 대해 통찰력과 소화력을 갖춘 그리기를 만나면 큰 배움을 얻는다. 그런 그리기를 하는 사람은 그리기를 시작할 때부터 채우기가 끝난
개원한 뒤 1995년부터 치과대학 보철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필자는 30년간의 진료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시험준비를 한다면 모든 과목을 공부하며 정리할 수 있는, 꼭 나를 위한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교합과 치주와의 상관관계’나 ‘CBK(cranial balancing key) splint and anti aging effects’를 세계보철학회에서 발표하는 등으로 중심위 교합안정장치가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전하던 강의를 잠시 멈추고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서 30여 년 만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마침 치과 공중보건의사이던 아들과 대학원생인 며느리도 같이 시작하였다. 아들, 며느리와 같이 공부하고 서로 도와 가면서 준비하는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시작되었다. 재작년 12월부터 겨우내 치협회관에서 아들, 며느리와 같이 매주 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매일 아침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였다. 매일 빠지지 않는 일이라 부담도 많이 되었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임상 실무교육은 접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1초도 지나지 않아 마감되어 접수할 수가 없어서
경제가 바닥이다.’ ‘최저임금인상이 나라의 경제를 흔들고 있다.’ ‘일본방사능식품이 우리 밥상에 암을 만들고 있다.’ 광우병 때도 그랬고 신종독감과 메르스 때도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전보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어느 것이 진짜 정보인지 사실인지 판단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내 선입관을 뒷받침하는 근거만을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것 즉, 정보의 객관성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현상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믿고 싶은 이야기라면 우리는 대개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또한 반대되는 증거들을 무시합니다. 가끔 TV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암을 고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렇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요? 그 외에도 스스로 암을 고쳤다는 사람들은 꽤 많이 있습니다. 산에 들어가 명상을 한 사람, 생식을 한 사람, 특정 약초를 다린 물을 먹은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고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하며 특정 제품을 구매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증례들이 존재한다면 암을 스스로 고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일까요? 하지만, 검증과정
1999년 대전 생활을 시작한 후 20년 만에 새로운 터전인 세종으로 이사를 하였습니다. 이사 일정을 확정하고 짐을 꾸리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억도 못하고 잊혀 진 오래된 사진과 옷가지 그리고 물건들... 버려야 할지 아니면 다시 보관하고 가져가야 할 지등 참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얼마 전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과거 오래 지내던 곳과는 많이 다른 새로운 집 안이나 단지 내 곳곳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들이 많아 돌아보는 내내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 눈에 가장 특이하게 비춰진 곳은 엉뚱하게도 엘리베이터 안의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뜻밖의 생존경쟁의 치열함을 마주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새로 입주 하는 세대의 부주위로 인한 이싯짐들로 내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사방이 두터운 보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이러한 보호벽은 늘상 새로운 건물에 흔히 보던 것이라 신기할 것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보호벽에 대학노트 크기인 A4용지의 광고 전단지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광고에는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입주민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전하기 위해 그 공간을 활용하
나는 1964년 9월 끝자락에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건산리에서 태어났다. 아버님은 법원에 근무하시는 공무원이셨고 어머님은 여장부인 가정 주부셨다. 위로는 누나가 3명이 있고 내가 태어난 이후 2년 터울로 남동생 둘이 태어났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바로 위 누나와는 중 3때까지 항상 으르렁 거렸다. 나보다 2살 위 누나와 동생들에게 한 없이 미안하다. 1974년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나는 장흥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보냈다. 장흥초등학교 1학년 겨울 아버님은 광주로 발령이 나셨다. 초등학교 1학년 겨울에 광주를 처음 보았다. 광주는 도시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광주 효동초등학교로 옮겼다. 어머님의 지극한 정성과 담임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이 없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님 직장인 법원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며 또 학교를 옮겼다. 초등학교 3학년은 조금 철이 들던 시기여서 새로운 친구들과 다시 사귄다는 것이 부담되었다. 1974년 초등학교 4학년 동산초등학교에서 1년을 보내고 4학년 때 반장 선거에 출마하였다. 반장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동산초등학교 1년 생활뿐인 내가 반장이 되는 것을 반 아이들은 허락하지 않았
바쁘다 바뻐! 우리는 도대체 왜 맨날 바쁠까? 스마트폰이 개발되어 혁명이라 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서 이젠 스마트폰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우리의 일상은 편리함과 동시에 분주함으로 그리고 쉼이 없는 삶으로 바뀌어 버린듯한 느낌이 든다. 다시 말해, 스마트 폰이 손에 쥐어진 이후로는 일의 연장선이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들어온 것 같다. 비단 성인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한참 학업에 열중해야 하는 시기에 항상 고개를 숙이고 유튜브나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문명의 이기가 꼭 좋은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계가 동작되기 위해서 자동으로 실행해야 하는 것들을 “디폴트(Default)”라고 한다. 우리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게 됨으로써 SNS 등을 포함하여 삶에서 차지하는 디폴트의 비중이 상당히 커진 것 같다. 직장,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의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일상을 바쁘게 몰아붙이는 디폴트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게 된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수시로 오는 핸드폰의 문자나 카톡,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되고 이로 인해서 좀 더 바빠지게 되어버렸으니까.
오래 전에 하버드대학을 방문하였는데, 그곳의 유학생이던 조우석 선생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좌가 어떤 것인지 아세요?” 알았다고 해도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하버드에서의 생활은 전혀 모르는 내가 대답할 수는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우석 선생은 “행복학입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인 하버드 대학에서, 행복학이 가장 인기 있는 강좌라는 것은, “행복하지 않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그에게 반문을 했을 때, 조우석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라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일이다. 300개가 넘는 국가에서 10위권이라는 것은, 상위 3%에 속한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 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대단한 부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 과연 행복한가? 경기도의 모 요양원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했던 어떤 분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요양원은 앞으로, 몇시간 또는 몇일 내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머리에 그려지는 모습이 없을 것이라고 생
세상이 변화고 있지만 요새 같이 변화하는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스마트 폰이 확산되고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고 공유되는 5G 통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엄청난 발전에 기인한다. 미래학자 Buckmaninster Fuller는 인류의 지식 총량은 100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으나 1990년부터는 25년 마다, 현재는 13개월로 주기가 단축되고 있으며 2030년이 되면 3일 마다 지식총량이 두 배씩 늘어난다고 하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어지러울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지식의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비약적인 발전은 자연 과학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결과이며 전문가들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문직의 프로페셔널리즘(professionalism)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직업, 사회적인 차원에서 질서가 중요시 되고 있으며 전문직 집단의 위기가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분야에서 프로페셔널리즘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의료직의 어떤 잘못이나 문제가 노출되었을 때 자주 언급된다. 특히 의료직은 전문 지식을 독점하고 있어 절대적 권위를 갖게 되며
인터넷의 발달로 실험실과 사회의 경계가 낮아지고 실로 많은 정보가 정제되지 못한 상태로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다. 과학자의 90% 이상이 논문의 연구결과가 재현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경험이 있다고 하며 의학 분야를 포함한 과학 분야의 많은 논문이 재현성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지식의 발견은 미래를 위한 축적이 되기보다는 일정기간 대중의 관심을 받다가 사라져 가고 그 동안의 대중의 관심은 누군가에게는 경제적 이득으로 그 이후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체적, 경제적 부담이 되거나 사회적 부담이 되기도 한다. 현재의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경제발전의 뒷면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이 발전되어야 할 필연성과 결과물은 경제발전과 연결될 때 그 존재가치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의 연구 결과물인 논문과 특허의 정량적, 정성적 수준도 대학과 국가의 랭킹으로 반영되어 국가의 위상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고, 노벨상에 대한 관심도 그 테두리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와 같이 연구수준의 향상을 통한 경제발전이 과학기술의 주요 관심사가 될 때 연구 결과의 공공성 및 진실성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이차적인 잣대가 되기 십상이다. 현재
저는 지금 한국을 떠나 태국 북부의 치앙마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올 때, 이러한 결정을 했을 때 그 이유를 많이 궁금해 하시고 어떤 분들은 걱정하기도, 어떤 분들은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하진 않았습니다. 그동안 치과의사로 지내오면서 레지던트에서 공보의로 강사로 개원의로 형태는 바뀌었지만 일률적으로 해왔던 고민들의 답을 풀고 다시 시작하고자 잠시 일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미용사나 이발사와 참으로 비슷합니다. 우선 근무하는 공간과 체어부터가 닮았습니다. 근무하는 자세도 비슷하고 선배에게서 일대일 대면 교육을 받는 도제식 시스템이나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라는 면에서 많은 부분이 비슷합니다. 같은 조상을 가진 직업 사이이기 때문에 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자르러 가면 그분들이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곤 합니다. 다음은 건축가와 비슷합니다. 저희는 입안에 도시를 건설하는 건축가 입니다. 도시의 건물과 도로와 상하수도와 전기 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듯이 입안의 치아와 혀와 잇몸과 입술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안에서 각 치아가 각자의 기능을 잘 할 수
야구를 좋아하는 야구광들에게 프로야구의 시즌인 지금은 더 없이 즐거운 계절입니다. 특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고 그중에 좋아하는 타자가 안타나 홈런을, 또는 좋아하는 투수가 승리 투수라도 되면 동료들에게 내가 이긴 것처럼 치맥 파티라도 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최근 우리 선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추신수, 최지만, 강정호, 류현진 등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연일 뉴스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 이름을 거명하기에 한번은 들어본 이름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류현진은 최근 미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톡톡히 하고 있는데 내셔널리그(NL) 5월의 투수상을 수상하고 현재는 미국 메이저리그 투수 상 중 가장 영예롭다는 사이영상(Cy Young Award) 내셔널리그 수상자 후보로 거명중입니다. 그런데 야구경기에서 선수 뿐 아니라 심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포수 뒤에 앉아서 공 하나하나를 판정하는 주심의 경우는 더욱 그 중요성이 커집니다. 그런데 가끔 선수들이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드러낼 때가 있습니다. 본인이 보기에는 볼인데 주심이 스트라이크라고 판정을 하면 당연히 고개가 갸우뚱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