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4번째 그림과 나 (상) 창밖에 싸락눈이 내린다. 입춘이 지나고 내일모레면 구정이 돌아오는데 아직도 겨울날씨는 차갑고 쌀쌀하다. 세월은 정말 빠르다. 뒤돌아보면 엄청나게 먼 길을 돌아와 버린 느낌이다. 저무는 고갯마루에서 석양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가. 현실에 질척거리며 따라 오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훌쩍 떠밀려 와 버린것이다. 나는 숨을 쉬고 있는 것인가? 내 심장은 뛰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나는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인가? 청춘은 나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가 갖고 있는 마음이라 했다. 희망, 꿈, 용기와 도전정신 이런 것이 있으면 그는 청춘인 것이다. 나이가 10대라하더라도 가슴속에 그런 게 없으면 그는 늙은이인것이다. 나에게는 내 나름의 위안이 있다. 내 인생에서 나와 함께 해온 그림은 내 꿈과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해준 유일한 나의 위안이요, 행복이었다. 나의 어렸을 적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치과의사란 엉뚱한 길로 들어서서 지금까지 치과의사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왔다. 후회는 없다. 화가가 되면 배고플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택의 길이 달라졌지만 내 가슴속에는 항상
제1543번째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했다(하)-전생 이야기 <지난호에 이어 계속>그대의 죄를 징치하는 날. 전에 없이 차가운 표정으로 그대의 스승이 말했다.걱정하지 마라, 이건 너의 죄를 묻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요즘 가장 명망 높은 무사이자 시인이자 닌자인 그대를 모시고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위한 자리니라. 여기 당대 최고의 닌자와 유학자들이 와 계신다. 오늘 그대의 검, 닌술, 시를 평가할 것이다. 단 한가지라도 수습의 단계가 넘었다는 것이 인정된다면 그대는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물론 다시 도장을 열어도 좋고 이름을 바꾸고 떠돌면서 혹세무민을 하는 것도 그대의 자유다. 단 세가지 모두 수습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문파의 뜻에 따라야 한다. 먼저 그대 앞에 벼루와 붓이 놓여졌다. 어떤 것이든 자신 있는 시 한수만 쓰면 되는 상황. 이전의 그대라면 일필휘지로 젊은이의 기개를, 사랑의 서러움을, 세상의 아름다움을 써 나갔을 테고 수습 이상의 평가는 너무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그대의 눈은 세파에 찌들어 탁해져 있었고 그대의 가슴은 굳어있었다. 무거운 팔로 간신히 운율만 맞춘 그대의 시를 읽어 내려가자 글자를 아는 모든 이들은 박장대소 했다
제1542번째 ‘아이아스’는 이렇게 말했다(상)-전생 이야기 기뻐하라. 가련한 자여. 오늘은 그대에게 그토록 그대가 알고 싶어 하던 것 중 하나를 이야기 해주러 아이아스가 왔다. 가르쳐 주지 않으면 호기심에 좀이 쑤셔서, 이야기 하고 나면 더 알기 위해 어차피 일상에 성실할 수 없는 그대의 모습에 이제 아이아스도 지쳤다. 차라리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리라. 학문에 대한 탐구열이 아닌 어린 아이의 단순한 호기심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다그쳐 봐야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기에 그대가 알아서 깨닫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그 어처구니없이 많고 많은 그대의 호기심 거리 중 오늘 아이아스가 해 줄 이야기는 그대의 전생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가지만 약속 한다면 더 이상의 서론 없이 얘기로 넘어 가겠다. 일단 이야기가 시작 되면 그 어떤 가슴 아픈 일이 있더라도 그대는 절대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그대에게 주는 아이아스의 유일한 숙제이다. 그대는 전생에 일본에 살았다. 무도관에서 인증한 자격이 있는 무사이자 시인, 닌자 이기도 했다. 그 어떤 주군도 섬기지 않고 특별한 소유도 꿈꾸지 않는 떠돌이 무사, 그것이 전생의 그대였다. 어려서부터
방글라데시 의료 봉사를 마치며 종종 TV, 잡지에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오면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 이야기인듯 무심코 넘어가곤 했다.그런 나에게 전남대 치과대학를 다니면서 들어만 봤던 BMA 방글라데시 의료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의과 순회진료, 치과 순회진료, 문화 사역, Cleft 수술팀 등 4가지 팀으로 참여하는 BMA 방글라데시 의료봉사팀 중 Cleft 수술팀의 일환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수술팀 일환으로 cleft 수술, 방글라데시 치과대학 임플랜트 세미나 준비를 하면서 들기 시작한 봉사에 대한 설렘은 2월 11일 싱가포르로 떠나는 비행기안에서 낯선 곳에 대한 걱정과 봉사에 대한 기대로 변해 있었다. 11일 밤 싱가포르를 통해 방글라데시서 수도인 다카 공항에 도착, 숙소인 꼴람똘라병원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 후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 있을 수술 준비를 하고 밤 늦게 잠자리에 들면서 뭔가 모를 뿌듯함에 빠져들었다. 의과 순회진료, 치과 순회진료, 문화 사역이 한국 대사관, 교회, 현지인 마을에서 한국인과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진료를 시행했으며 또한 여러 의료봉사팀 중 유일하게 한국 대
동기예찬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처럼 약간의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서서히 움직이던 기체가 가속을 내며 거대한 몸통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드디어 이륙이다. 얼마 후 기체가 안정을 찾을 무렵 이상하게 내 두근거림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간밤의 술 때문인가? 울렁거림을 진정시키려 눈을 감았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그렇다 내 몸은 그렇게 시간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졸업 20주년 행사장인 제주 라마다 호텔에 도착해 그리웠던 교수님들, 우리 동기들, 현 동창회장이신 허영구 선배님과의 벅찬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아! 이 감격! 이제서야 나는 기내에서의 두근거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리운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설레임이었으리라. 4월 17일 제주 라마다 호텔은 거대한 타임머신 캡슐을 타고 온 단대치대 5기 동기들과 교수님들이 어우러진 1980년대의 안서호 교정이었다. 교수님 한분 한분이 도착하실 때마다 모든 학생들이 진정어린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오랜만에 만난 동기끼리는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그중에는 간간이 봐오던 다른 동기
구강보건 정책 변화의 필요성 ‘갈관지’에는 중국 전국시대의 명의 편작(編鵲) 삼형제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위나라의 왕이 당대의 유명한 의사인 편작을 불러, 의사인 편작의 삼형제 중에서 누가 가장 훌륭한 의사인가에 대해 물어보자 편작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큰형은 환자의 얼굴만 보고 병이 날것을 예상해서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둘째형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알아채고 치료를 해줍니다. 하지만 본인은 환자의 병세가 심해져서야 치료를 해주기 때문에 세상에 명의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큰 형님이 가장 훌륭하고, 그 다음이 작은형, 본인이 가장 낮은 수준의 의사입니다.”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구강질환의 특성상, 현대의 치과의료에서도 예방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라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로 증명되어 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질병의 원인을 조기에 제거하거나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했다가는 환자에게 과잉진료로 비난을 받게 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적인 검사와 방사선 촬영은 건보공단으로부터 삭감을 피할 수 없다. 구강건강관리의 홍보나 치과 예방치료를 위한 정책적인 준비가 타
제1538번째 어이 오 선상 작년 이맘때쯤 다리가 개통되었지만(2009년 3월 개통) 여전히 섬으로 불려지고 있는 이곳 소록도.다리 개통과 함께 한센인에 대한 편견도 극복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 봅니다. 다들 봄 꽃 구경 등 다양한 행사와 황사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 때문에 떠들썩하지만 이곳은 너무나도 조용하고 꽃향기만 봄바람에 날려 오고 있습니다. 저의 원생들은 마냥 소록도에 구경 온 사람들을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 생활을 하고 있으며, 꽃 구경은 생각지도 못 한답니다(지천으로 꽃은 피어있지만 눈들이 없거나 희미하게 보여서) 벌써 4월의 중순인데도 이곳은 바람이 매우 차갑게 불어 옷을 여며야 하는 날씨입니다. 또한, 4월까지 보일러를 켜고 자도 등짝은 사하라 사막인데 얼굴은 시베리아라는 이곳 특유의 계절이 있는 곳입니다 저에게 축의금으로 거금(3천원, 1997년)을 주시고 천국에 가신 할머니 한 분(조복근 할머니)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보통 밖에 계시는 87세의 어느 할머니와 다를 바 없는 너무나도 평범하시고, 세상 사람들 걱정하시며, 매일 기도하고, 천국
제1537번째 연애하기(하) <1829호에 이어 계속> 옛 애인의 전화 그리고 절규 나에겐 오래된 애인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의 청춘과 열정을 불살랐던 애인이다. 그 옛 애인이 최근에 전화를 했다. 나는 설레이는 가슴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뛸 듯이 기뻤다. 두근두근하기고 하고 흥분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었다. 전화내용은 이러하다. 다시 한번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가끔은 생각나기도 하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그 열정이 사라질 뻔하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나의 젊음을 뜨겁게 했던 그 장소-연구실은 얼굴이 바뀐 상태였다. 예전에는 별관이라고 해서 기초연구동이 학교본관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행정실과 강의실과도 많이 떨어져 있어서 동선이 길었다. 멀어서 불편하기도 했지만 왕복하며 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도 되곤하였다. 그래서 별관 연구실에 있을 땐 따로 운동이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실험연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치과재료와 생체의료공학에 관심이 많았다. 저널을 보고 실험구상을 하고 새로운 재료를 탐구하는
제1536번째 연애하기 (상) 요새 주변에서 후배나 친구들이 술좌석에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세요” 라고. 취기에 하는 얘기라서 그냥 흘려버리기가 대부분이다. 근데 최근에 집요하게 묻는 후배들이 늘어났다. 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요새 경기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후배가 볼 때 내가 얼마나 심심하게 사는 선배로 보여서 그럴까? 내가 참 한심하게 보이는가 보다 하고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선배로서 본받을 만한 것을 보여주지를 못했나하고 자책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후배였을 때에도 선배원장님들을 보면서 참 재미없고 단순하게 산다고 생각했다. 그 선배들의 삶이 다소 지루하게 보였다. 아니 어쩌면 다들 비슷 비슷하게 사는 것 처럼 보였다. 치과 진료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양한 취미나 봉사활동 대외적 활동을 하면서 다소 다른 삶을 산다 해도 어쨌든 비슷하다. 크게 성공하거나 실패한 선배들일지라도 노후의 삶이 그저 그런 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페이닥터 시절에 고민을 참 많이 하게 된다. 개업을 해서 선배들의 지나간 삶을 비슷하게 살 것인가하면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조로운 삶을… 몇몇을 그 단조로움에
새로운 만남들… 우연치 않게 일본으로 연수를 다녀왔다.6개월이란 단기연수였지만 나에게는 즐거운 추억들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행으로 회사업무로 일본을 몇 번 오갔던 적은 있었지만, 6개월이란 시간을 일본에서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하는 경험은 처음인지라 가기로 결정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가 나에게 또다시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모하지만 연수를 가기로 결정을 했다.처음 일본에 도착한 날은 정말 여행간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월요일이 되어 첫 출근을 하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달랐다. 아~정말 여기서 6개월을 살아야 하는구나!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등등온갖 고민거리들이 내 머리 속으로 파고들었다.한국에서 일본어를 조금 공부하고 갔었지만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참 많이 달랐다.한국 사람이 아무도 없고, 한국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모든 생활을 일본어로 해야만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힘들었다. 정말 나도 모르게 한국이 그리워지고, 애국심이 절로 생겨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무사히 적응해서 잘해나가야겠다는 생각과 나로 인해 모든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는
Relay Essay 제1534번째 섬집아기의 사모곡(思母曲) 최치원서울 최치원치과의원 원장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가면 아기가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도 라디오를 켜놓고 나홀로 운전족이 되어 한강을 넘어 출근을 하고 있는데 스피커에서는 ‘섬집아기’가 흘러나온다. 여자가수가 애잔하게 부르는 이 노래는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동요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절절하게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들며 나의 눈과 마음을 감상에 젖게 한다. 동호대교위에서는 새무리가 멋진 편대를 이루어 날아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제일 앞선 놈 뒤로 삼각자로 잰 듯 정확하게 ‘V’자를 이루는 새무리가 장관이다. 제일 앞장선 새 한 마리는 뒷새들이 편히 비행할 수 있도록 상승기류를 만들어주느라 아주 힘이 세고 영리한 리더가 이끌어간다고 한다. 과연 이 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많은 녀석들을 이끌고 어디로 머나먼 비행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우리 가족을 이끌어주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