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rdin de France’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 메이앙에서 육종된 장미입니다. “프랑스의 정원”이라는 말뜻처럼, 살몬 핑크(Salmon Pink) 색으로 꽃밭을 가득 메우면서 무수한 다발로 피어나는 러블리한 장미입니다. Salmon 색은 연어의 살색을 보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거의 흰색에서 연한 주황색까지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1776년경부터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습니다. 흔히 핑크 하면 귀여움, 상큼함, 여성스러움, 공주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만, 최근에는 “남자는 핑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분홍색이 남성에게도 잘 어울린다는, 편견을 깨는 것 같은 흐름도 보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핑크는 중세 서양에서는 왕족 남자아이를 위한 의복 색깔이었다고 합니다. 붉은색이 왕족이나 귀족, 성직자들을 상징하였기 때문에, 레드에 화이트를 추가해서 만든 핑크 역시 귀한 왕족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요즘은 남성의 색으로 알려진 파란색도 과거에는 로열블루 컬러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귀한 가문으로 인식될 만큼 여성의 색이었습니다. 핑크는 여성의 색이라는 인식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12월 마지막 주입니다. 지난주 설레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였죠. 이맘때가 되면 그동안 연락이 소원했던 친구들이나 선후배들, 은사님들께도 한 번씩 연락 드리고 연말, 연초를 맞아 약속을 잡기도 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며 설렘과 들뜨는 기분에 잠기는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지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 집에서 작은 홈파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안에서도 오히려 누군가는 평소보다도 외롭게 느껴지고 우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들 약속이 있다는데 혼자서 집으로 퇴근하는 모습, 매일매일 진료에 치여 연말 분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정신없는 삶을 보내는 모습, 함께 하는 연인이 없는 것에 대한 외로운 모습, 누군가는 지난 한해동안 이뤄 놓은 것이 없다는 것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비단 지금의 연말연시 뿐만이 아니고 명절, 휴일을 넘어서 평소에도 우울감을 갖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우울감의 하나의 큰 원인으로 남들과의 비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
“한겨울에 가을을 떠올리다.” 음력 360일, 4계절을 6개씩 15일마다 나누고, 각각에 그 시기 자연이 보여주는 의미를 담아 24절기로 이름을 정하였습니다. 봄에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 여름에는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 가을에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 그리고 겨울엔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에, 시간을 세분하고 할 일을 ‘미리’ 정해놓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였을 것입니다. 특정 시기에는 특정한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고, 앞으로도 그 시기에는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임을 예측하는 기준을 마련한 것입니다. 급한 변고가 일어났을 때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수십, 수백 대를 이어오면서, 고스란히 농축된 지혜에서 찾아내기 쉬운 것이 되는 것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보이스카우트 단복 마크에 낱자로 새겨져 있던 말씀, “ㅈ ㅜ ㄴ ㅂ ㅣ” 사진 역시 1년 농사와 비슷합니다.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빛날 시기와 장소를 미리 알고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번아웃 증후군은 2019년 WHO 제11차 국제질병분류(IDC-11)에서 ‘구체적으로 업무 환경에 국한되어 나타나며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만성적인 직장 업무 스트레스’로 정의했습니다. 공식적인 질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수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현상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런 번아웃 증후군은 소진(exhaustion), 냉소주의(cynicism), 비효율(ineffectiveness)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진은 지침, 에너지 고갈, 쇠약, 피로로 좀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냉소주의는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태도, 짜증, 이상의 상실, 거부 또는 회피라는 단어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비효율은 개인적 성취감 감소, 생산성 저하, 낮은 사기, 대처 불능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번아웃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인 업무량의 과다, 통제감 상실, 보상 불일치, 불공정, 커뮤니티 단절, 가치
한 한달 쯤 되었을까, 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서는 매년 “건강주간”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부스를 운영하는 미니 축제를 열어오고 있다. 그 역사가 얼마나 긴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관악 캠퍼스로 학교를 다니던 때에도 있었으니 최소 8년은 된, 나름의 역사를 가진 행사이다. 건강주간 부스가 열리는 때면 가끔 동기들과 그 앞을 지나가다가 몇 번 재미로 참여해보곤 했는데 이게 웬걸, 이번에는 내가 그 행사의 일원으로서 부스를 지키게 되다니, 사람일 참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동기들과 다같이 차에 타고 관악을 가는 길부터 벌써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았다. 각자의 캠퍼스 라이프를 누리다가 혜화에서 만나게 됐는데 다시 그 각자의 공통 분모인 관악으로 간다는 게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말이다. 건강주간 행사에는 우리 치의학과 뿐만 아니라 약학과, 체육교육과, 의과 등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과들이 모여서 각종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 부스는 체어를 2대 놓은 뒤 간단한 검진을 진행하였고, 감사하게도 메가젠의 협조를 받아 덴탈아바타 만들기 등의 재미있는 컨텐츠들도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참여한 금요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어느 강의에서 보니 치과의사가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돌봄은 보통 간병인이나 복지사가 하는 것 아닌가요? 굳이 돌봄이라는 말과 치과를 연결시키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익명 지금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집약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로 돌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시적으로 기후 위기
걷고 달리는 길은 서로 달라도 보통 사람들이 함께 숨을 쉬는 세상에서는 추구하는바 혹은 최종 목적지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행복”이라는... 활활 타오르는 각오들과 머리 질끈 묶은 다짐들이 넘치고, 기대와 희망으로 활기가 감돌고 있는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지난해 부족하고 어려웠던 것들, 때로는 고난에 서로 갈등하였던 사건들을 뒤로하고, 2024년 새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길을 무작정 관성에 의해 끌려갈지, 자신의 냉철한 선택으로 새 길을 개척할지는 오롯이 본인의 몫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색안경을 끼고 왜곡되고 일그러진 색연필을 들지, 어둠을 개척하듯 밝은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덧칠할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따르고 있지는 않은지?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방향키를 뒤집어 그려놓으려 하지는 않는지? 매 순간 성찰이 필요합니다. 내면이 갈등과 번민의 아우성으로 가득할 때, 조용하고 차분하게 내밀어지는 손을 잡을 줄 아는 것이 함께 살아감입니다. “여기로 가!”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외치는 선명한 화살표는 보통 사람들에게 올바르고
“내가 뭐라고 누굴~ 설~득을 하고~” 동문회 날 늦은 저녁, 오랫동안 좋아하고 존경해 온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떤 사람의 말이 그냥 내 귀에 쑥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말이 나더러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니어도 내가 그 말을 듣는다. 선배님의 그 말씀이 그렇게 나에게 들어왔다. 아마도 나는 많은 순간 남을 설득하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선배님은 고등학교 동문 선배님이자 대학교 동문 선배님이셨다. 훤칠한 키와 빼어난 용모, 시원 시원한 말투와 생각.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는 선배님이셨다. 내가 치과대학에 입학하여 동문회에 처음 나갈 즈음, 그 선배님은 S의료원에서 수련을 받고 계셨다. 어쩌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만 모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 불고기에 당면 사리를 얹어 먹고 있으면, 그 선배님께서 퇴근길에 들르셔서, “쓸 데 없는 걸 먹고 있다.” 하시며 등심을 사주시곤 했다. 사리에 밝으신 그 선배님께서는 동문회 후배들에게 되는 사람은 된다는 진리를 깨우쳐 주셨다. 등심 외에도 그저 좋은 것들, 부러워할 만한 것들로 회상되는 그 선배님께서 남기신, 설득에 대한 촌철살인의 말씀. 나는 너무 많은 순간 남을 설득하려 했었다. 그리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SC 9은 CAD/CAM 시스템 관련 용어, 구강 스캐너의 정확도, CAM의 정확도, 3D 프린팅된 치과 보철물의 정확도, 절삭가공용 블록의 절삭가공성 및 CAD 소프트웨어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등의 국제표준을 논의하고 있다. 2023년도 11월 현재 전 세계 30개국(정회원 20개국, 준회원 10개국)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모형 스캐너의 정확도’에 관한 표준 외 9종의 국제표준이 출판되어 있고 4종의 국제표준이 개발 중이다. <ISO/TC 106/SC 9 CAD/CAM System 작업반> 현재 SC 9에는 1개의 폐지된 작업반(WG, Working Group)과 6개의 운영 중인 작업반이 있으며 최근 제정되었거나 토의되고 있는 사항은 아래와 같다(표). ○ 이번 호에 소개하는 표준은 2022년 제1판으로 발행된 ISO 18675, Dentistry - Machinabl
그때를 고스란히 남겨 왔다고 생각했다. 막 꿈에서 깨어 어리둥절해하듯 하지 않도록 기억 속에 단단히 담았다고 여겼다. 덕분에 잠시나마 달콤한 일상으로 연장될 줄 알았다. 다시 꺼내기까지 기다림의 시간 동안, 비 오고 바람 불고 천둥도 울고 눈발까지 날렸다. 아직은 성급함일까? 채 숙성되지 못한 추억은 씁쓸함도 함께 꺼내진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쓴맛은 사라지고 달콤함이 깊어지듯, 비워지고 정화되어 처음의 천진한 설렘과 순수한 즐거움만 남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한 번 가버린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 속에는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있기에 아쉬움도 큽니다. 그 못다 지킨 약속들로 두 번 다시는 약속이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절망 끝에서도 늘 희망을 찾아내는 존재, 사람. 달력의 마지막 장을 찢으며, 절망도 후회도 다툼도 의욕 상실도 모두 같이 찢어버리길 바랍니다. 하루의 끝, 반포대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황혼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아도 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서운하거나 성이 나서 퉁명스럽게 하는 말투를 뜻하는 볼멘소리는 ‘볼메다’ 라는 표현에 그 어원이 있다고 합니다. 볼이 메어(막혀) 있는, 즉 공기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을 꾹 닫고 볼을 퉁퉁하게 부풀린, 퉁명스러운 상태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예방치과가 아닌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진료를 겸하다 보면 볼멘소리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협조가 불가능한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때로 둔기처럼 두들기고, 때로는 날 선 칼처럼 예리하게 베고 찌르는 소리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차피 쓸모도 없고 얘가 이렇게 안쓰러운데 왜 못 뽑는다는 거에요?” 휠체어에 비스듬히 누워 연신 가래 끓는 소리를 내는 뇌병변 장애 아동의 보호자가 울분을 토합니다.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어금니로 볼과 잇몸을 씹고 있으니 어금니를 전부 뽑아달라는 주소입니다. 잇몸이 씹힌다는 최후방 치조제에서는 제2대구치가 맹출중이지만, 튜브로 음식을 섭취하는 환자의 상황에서는 어쩌면 정말로 쓸모없는 치아일 수 있겠습니다. 발거 대상은 심한 우식 상태의 대구치 한 개이지만, 보호자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쪽으로 치료 계획을 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