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종이로 만든 지우산은작은 바람에도 어김없이 절딴 나버리는 비닐우산에 비할 데 없는 든든함이었습니다 콩기름칠 먹여 노랗게 쩌든 장판같은 종이로 씌운 지우산은 어린 나에게 아버지였습니다 통통 튀는 빗방울도 마디 굽이 대나무 손잡이도소나기 장마비에도 턱 버티던 아버지의 젊으신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천으로 만든 쇠살 양산에서는대나무살 지우산에볶은 콩소리로 내리던 빗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삵고 낡아 펼 때부터 조심해야 할검으틱틱한 대나무 살로 된 아버지의 가슴팍에서는 부슬비보다 더 가느다란 가을비 소리만 들렸습니다
잠포록한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차츰 퍼져서 아동 그려지기 시작했다. 서리병아리 같은 그는 추레해 보이는 군인 방한복을 입고 손을 뒤로 깍지 끼고서 힘없이 청량산으로 향했다.돌들이 사방으로 흩뜨려진 비탈에는 나무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어쩌다 남은 소나무도 옆가지는 하나도 없고 무당 집 솟대 모양 꼭대기에 솔가지 하나가 달랑 붙어 있을 뿐이다.그러니 삭정이와 솔가리는 말할 필요도 없다.이제는 몇 안 되는 소나무 밑동을 쳐서 땔감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낫을 몇 바퀴 돌리다가 밑동만은 자를 수가 없어서 나무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할 일 없이 그는 바위에 걸터앉아 별장을 내려다보았다.별장은 왜정시대에 일본 사람들이 청량산 중턱에 지은 집으로 지금은 피난민들이 벌집 모양으로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사는 곳이다. 전쟁으로 인해 퇴락은 하였어도 집 없는 피난민들에게는 둘도 없는 안식처이다. 그러나 피난민들이 우글대던 그 당시에 방 하나 차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다행이 그는 다리 덕분에 안악댁의 옆방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그는 옹진지구에서 빨갱이들을 때려잡는 군번 없는 유격대였다.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고, 인천 앞 바다에 있는
얇은 프레임·원 포인트 디자인 강세브라운·블랙 등 클래식 컬러 무난패션 브랜드 제품 선택 매치 편리 패션 스타일에 악센트를 주는 액세서리의 효용성은 여성 패션은 물론 남성 패션에서도 매우 높다. 하지만 머플러, 가방, 소품 등의 액세서리를 적절히 활용해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절제를 미덕으로 해야 하는 남성 패션에서 액세서리를 과하지 않게 잘 매치하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멀리즘의 여파로 패션 스타일이 점점 더 심플하고 정갈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액세서리 선택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면서도 센스 있는 패션 스타일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액세서리가 바로 안경테다. ‘안경테가 액세서리였나?’하고 의구심을 제기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안경테는 쓰는 사람의 인상은 물론 전체적인 스타일을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액세서리 아이템이다. 특히 남자에게 안경테는 액세서리 그 이상으로 안경 자체가 패션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남성 패션에서 지적이고 명석한 느낌과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경이고, 스타일의 분위기 쇄신
“재복아!, 갯바당에 안가면 낭구나 해 오라우야!”홑창 같은 벽을 사이에 두고 안악댁의 질정(質定)없는 소리가 들려왔다.보름 때면 찾아오는 보름치의 매서운 추위로 냉골이 다 된 방바닥에 골판지처럼 딱딱한 이불을 뒤집어 쓴 그는 안악댁의 소리가 성마르긴 해도 자식에 대한 깊은 열정과 강한 욕구와 삶의 끈끈함을 나타내는 소리로 들렸다. 지금 그녀의 속마음은 재복이가 정말로 나무를 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학교는 고사하고 성경 구락부라도 다닐 수 있게 되고, 청량산 꼭대기에서 내리지르고 송도 앞바다에서 치켜 지르는 매서운 된바람을 막을 따듯한 옷과 허기진 배를 채워 주고 싶은 소박한 모정의 욕구라 생각됐다.“백장 놈의 새색기들은 할 일 없이 갯뱅장에다 지름을 들어 부을 일이 어데메 있단 말이야. 비러먹을 놈들 같으니라구. 소리개(松峴里) 아자씨!오날도 조반 안 드실 작정이 왜까? 장창 자빠져 잠만 자면 어드러케 하갔시요. 몸도 성치 아느맨서 끼니를 거르면 되갔시까?아자씨, 빨리 오시라요. 진장짠지를 새로 내왔으니 먹어 보시라요. 날이 차서 짠지 맛이 제대로 나느만요.”안악댁의 기름 얘기를 듣고 그는 보름 넘게 조개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군용
그리운 곳으로 가자그리운 곳으로 가자구름은 부풀고 흩어지고바람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상큼한 그리움을 날리고푸른 하늘 솔개가 맴 도는 곳 나는 풀밭에 누워 본다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환하게 웃는 햇살 맑은 꽃밭을설레는 기억으로 바라본다 잊어진 계절은 반복되고바람개비 들고 달리던파 꽃 하얗게 부풀던 들에지난날들은 투명하고부풀다 꺼져가는비눗방울처럼 반짝이며흩어지는 구나 그리운 곳으로 다가서면그날에떠올린 것들이해맑기만 하다
가는 시간을 음미하며오는 계절을 기다리며봄처럼 가을도 짧고,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두계절 간의 긴장을 씻어낸다. 이런 계절엔 힘빼는 나들이 보다는, 천천히 가는 시간을 음미하며 오고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산책같은 여행이 제격이다. 가볍게, 편하게 발길을 옮겨보자. 별다른 준비나 번거로운 절차없이 훌쩍 차에 올라타, 눈 맞고 마음 드는 곳에 내려보면 어떨까. 외국도 좋지만 내나라의 사계가 가진 아름다움을 아는 것,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자연휴양림으로 슬쩍 바람을 쐬러 가자. ◆대관령 자연휴양림(강원 강릉시)영동과 영서지방을 가르는 분수령인 대관령 정상에서 동쪽으로 바라보면 강릉시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발 아래는 아름드리 소나무숲이 융단처럼 펼쳐지는데, 이 속에 대관령 자연휴양림이 있다.잘 포장된 고갯길을 넘다 보면 드문드문 옛길이 눈에 띄는데, 그 대관령 옛길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제왕산 북쪽 기슭, 강릉시민들이 즐겨찾는 삼포암유원지 바로 위에 조성됐다.대관령산림은 태고의 웅장함을 그대로 갖춘 우리나라 제일의 소나무 숲으로, 각종 편의시설과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뤄 가족단위 휴식 및 산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휴식공간이다.
꽃을 보면화내는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같이 웃는다 한다 어디 그럴까울고 있는데꽃이 슬퍼하는데 이른 찬바람에 비탈진 묵정밭 하늘은 높고눈 아직 남아 하얀 눈썹 산 뒤에 숨어몰래 내려다보는 마을 막 눈 뜬 햇볕이 키 작은 자작나무 가지 위 보이지 않는 새 한 마리로 내려와아직 열지 않은 커피숍 커텐 닫힌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는 이른 아침 간밤 차가운 봄 이슬비에이제는 허리도 굽어 머리를 숙인 작은 길 모퉁이 노란 꽃나무그대를 보고 같이 슬퍼하는데 누가 꽃을 보면 웃는다 했는가세월처럼 거짓말을 하는가
<1581호에 이어 계속> 6월에 전쟁이 났다. 담임선생님은 쳐들어온 공산당을 모조리 쳐부수고 북진 통일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고함치며 좋아하고 무언지 모르면서 ‘북진 통일’을 외치고 무언지 모를 군가도 불렀다. 7월 초순까지 우리는 그렇게 보냈다. 칠월 중순에 접어들 무렵 인민군이 상주군 근처까지 왔다는 어수선한 소리가 들리고 ‘안심하라, 북진 통일’한다고 확성기를 달고 떠들던 지프차도 보이지 않더니 담임선생님은 내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피난길 주의 사항을 말하고 울음으로 끊기다 이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꼭 다시 돌아와야 한다.”우리는 무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헤어졌다. 일고여덟의 작은 육체를 가지고 전쟁의 포화 속으로 뿔뿔이 헤어졌다. 전쟁 기록 영화를 보노라면 포화 속에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울고 있는 어린이가 바로 우리들이었다. 다시 학교 문을 연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 폭탄으로 여기저기 부서진 철길을 따라 학교로 갔다. 일 년 전 그때처럼 보리이랑은 바람에 하늘거리고 무심한 뻐꾸기는 철모르고 울고 있었다.“누구누구가 돌아와 있을 것인가!”아직 피난에서 돌아오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친구도 있고 더러는
중요한 약속까지 깨면서 국민학교 동기회에 참석하기로 작정한 것은 캐나다에 이민 가 살고 있는 동기생의 향수병 때문이었다.이민 간 지 20년 가까운 이 친구로부터 국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였다.국민학교 때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자기 집에 키우던 강아지 한 마리를 우리 집 마당에 매어 놓고 떠난 지 십 몇 년 동안은 연하장 한 장이 고작이었다.“이 개 잘 키워.” 약간 젖은 듯한 목소리로 악수를 나누고 몇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시던 친구로서는 무심한 일이었다.요 몇 년 사이에 연하장 사연이 길어지더니 드디어 국제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다. “나이 드니 고향이 그리워지는구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이틀에 한 번씩 국제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할 때는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꽃이 피었느냐, 진달래를 보았느냐, 보리는 얼마나 자랐느냐.”아무리 통신이 발달되었다 해도 거기가 어딘데…. ‘아하, 이 친구 향수병에 걸렸구나.’ 향수병도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우리는 세월의 지층에 묻혀 흔적도 희미한 옛일들을 비싼 국제 전화통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제가 좋아하던 여학생 이야기, 여학생 고무줄만 전문으로 끊고 다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