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의 ‘도란도란’ 템플스테이 <하> <1919호에 이어 계속> 마지막으로 또 한 젊은 스님. 사실 난 누구신지 잘 모른다. 크지 않은 방안에 침대와 컴퓨터까지 있어 좀 옹색한 느낌이다. 가구가 절집에 어색한 느낌이 들어 물어 보니 허리가 좋지 않아 침대를 사용한다고 한다.방, 방바닥은… 타령은 이제 그만하자. 재밌는 것은 내려 갈수록 방은 점점 작아지고 차가워진다는 사실.반대로 우리에게 해 줄 말씀은 더 많아진다. 공부를 많이 하신 분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총명(聰明)한 초등학교 3년생처럼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사실 잘 듣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총명하다’에서 총(聰)은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나에겐 이 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그래서 환자를 치료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기는커녕 시작도 하기 전에 진단을 내리는 버릇이 있다.귀를 밝게 하자. 올해부터.총명해지자. 지금부터.전문 지식인 일수록, 많이 알수록, 가르치는 사람일수록 더 필요한 덕목이지만 더 실행하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도끼 자루를 잡아 본다. 아궁이에 불을 때기위하여 장작을 패야 한단다.한두 번 해보니 도끼질에 대해 전부 다 알 것
제1625번째 금산사의 ‘도란도란’ 템플스테이 <상> 새벽 3시.이제는 자야 할 시간이다. 집에서라면…하지만 이곳 금산사(寺)의 오전 3시, 하루의 시작이다. 아련히 들려오는 목탁 소리에 이어 같은 방에 머무르는 도반들의 휴대폰 알람소리도 여기저기서 막 터져 나온다. 오늘은 4박 5일 일정의 전북 김제 금산사의 ‘도(徒)란도(道)란 구들방에서 쉬어가는 템플스테이"의 마지막 날. 장작을 때어 뜨겁게 달군 절집 구들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세속을 버리고 놀다 가라는 뜻으로 마련한 행사이다. 일어나야하나 말아야하나. 아무도 강요하지는 않는다. 닷새 전 들어오던 날부터 몸이 으스스 하더니 내내 몸살을 앓아 새벽 예불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새벽 행사에는 참석을 못한 터라 더 갈등이 인다. 마음 한구석의 비겁함이 몸 어디엔가 머무르고 있던 게으름과 또 다시 손잡으려 한다. 하지만 호기심이 결국은 망설임을 이긴다. 어둠 속에서 옷을 잔뜩 껴입고 방문을 나선다. 내가 맨 마지막이다. 흰 눈이 온 경내를 덮어서 책이라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밖은 환하다. 법당 안엔 스님 몇 분과 우리 일행뿐이다. 옆 사람 하는 대로 부처상에 대고
제1624번째 ‘자 장 면’ 교직을 남들은 방학이 있어 좋겠다고 들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방학이 더 바쁜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빨리 개학을 하면 좋겠다 싶지요.방학이 좋은 것은 아침 드라마를 좀 편히 보고 출근한다는 이 점 뿐인 것 같아요.개학을 하면 짜여진 일상 속에 들어갑니다. 강의가 있는 날은 강의 없는 시간이 차분 할 수 있고 방학처럼 뭔지 모르게 붕 떠 있는 일상은 아니지요. 개강을 앞두고 마음이 분주했는지 아니면 못난 마음이 속앓이를 한 덕분인지 나이든 몸이 이기지 못하고 며칠을 휘청거렸습니다.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하여 요 며칠은 좀 이른 귀가를 하여 함께 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딸아이와 하루 종일 TV를 보며 빈둥거리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주기도 하면서요. 남편이 외출한 휴일, 우리끼리 밥을 시켜 먹자고 결론지었습니다. 마침 TV에서 국수 먹는 장면이 방영되어 ‘자장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아니 정확히 ‘간자장’이요. 유난히 편식과 입맛이 까다로운지라 몇 가지 양보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간자장입니다. 중국집에 전화를 하고 얼마 뒤 요리가 도착하였습니다. 배달원이 뭔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군요. 이유인
제1623번째 입 영 여 행 “아빠, 대학교 1학년 마치고 군대 갔다 와야겠어요.”아들 입에서 벌써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말이겠지? 휴우….이러다가 몇 해 지나면 장가가고 곧바로 할아버지 말 나오는 건 아닌지…“군대라~~ 음 다녀 와야지.” 어떤 때는 가끔 지금도 군인 아저씨란 표현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데 아들이 입영이라니… 입영 날짜를 2주 정도 앞두고 아들과 뭘 할까 생각하는데 아내가 아이하고 군대 가기전에 말 좀 많이 하란다. 그래 그동안 병원에 회사에 정신없이 사느라 아들하고 깊은 대화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작심하고 술, 안주 준비하고 아들을 불러 앉혔다. 무슨 말을 하지? 군대이야기? 솔직히 군대 생활이라고는 영천 3사관학교와 군의 학교 통틀어서 3개월이 전부인데 딱히 군대란 이런거다 라고 별로 할 말도 없다. 애써 화산 유격장 이야기를 부풀려 해보지만 별로 먹혀 들지 않는 눈치다. 여자 친구 이야기? 미래이야기? 좀 어색하다. 아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어색하다니… 내가 이런 아버지가 되어있었구나… 일단 술만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취해서 골아 떨어졌다. 여행을 가자! 마침 구정 연휴가 있
제1622번째 깊게 자리잡은 필리핀 봉사체험 문득 본과 3학년 때 떠났던 러시아 의료봉사활동이 생각이 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배 선생님들을 따라 덜컥 따라나섰던 그 날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까다로운 입국심사 때 등 뒤에서 흘러내렸던 식은땀 한줄기, 4평 정도의 조악한 공간 속에서 낡은 핸드피스를 들고 열심히 진료하시던 선배님들, 그리고 그 옆에 잔뜩 긴장한 채 어설픈 원내생 포즈로 석션을 잡고 서있던 저, 아무리 번호표를 쥐어주며 나중에 다시 오라고 해도 문 옆에 다닥다닥 서서 기다리던 아이들…당시에는 너무나 힘이 들어서 머릿속이 새하앴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역시 그날의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되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선배 치과의사 선생님들을 따라 다시 한번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필리핀의 나보타스시였습니다. 필리핀에 입국한 첫날, 나보타스의 해상판자촌을 견학하게 됐습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시멘트 바닥이 흙탕물로 흥건합니다. 저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운동화에 흙탕물이 튈까봐 조심조심 걸었습니다. 그러다 해상판자촌으로 이어지는 좁고 기다란 통로를 보고는 그만 아연하고
제1621번째 더 넓은 세상으로! (하) <1914호에 이어 계속> Baulkham hills에는 모두 세분의 선생님이 진료를 하시고 있는 곳이었다. 이 곳에는 한국 환자의 비율이 Strathfield보다는 높았지만, 현지 호주환자들이 80%정도인 Branch였다. Strathfield Branch에는 한국 환자가 더 많기 때문에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Baulkham hills에 와서 처음에는 모든 상황이 영어로 돌아가는 것도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그리고 환자를 대하는데 있어서도 외국 환자가 들어왔을 때는 인사밖에 할 줄을 몰랐다. 한국말이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친절하게 환자를 대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많이 속상했었다. 그렇지만 여기에 계시는 Cathy 실장님과 Peter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1주차에는 환자에게 나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를 했고 2주차에는 영어로 환자를 대기실에서 진료실 안까지 안내했다. 그 다음에는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환자와 이야기를 한다거나 선생님이나 Dental Assistant를 도와서 진료실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이 Branch에서
제1620번째 더 넓은 세상으로! (상) 신구대학 치위생과에 갓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호주 해외 인턴십에 대해서 처음 들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신구대학 치위생과는 이 사업을 통해서 이론과 실무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감각을 겸비한 치과위생사를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호주 인턴십을 통해서 호주를 다녀오신 선배님들이 여럿 계셨다. 인턴십 제도를 딱 듣자마자 ‘아 저건 내꺼다, 졸업하기 전에 꼭 한번 해봐야지"하고 마음을 먹었었다. 나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영어에 대한 흥미가 있었고, 한국의 치과위생사로서의 삶도 물론 좋지만 호주나 캐나다에서 직업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했던 것이 아마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2학년 1학기 때는 학교에 개설된 영어회화 강좌를 시간을 내어서 청강하고, 여름방학 때는 워크캠프를 다녀오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외국 친구들과 보름동안 생활을 같이 하면서 그렇게 나는 점점 해외에서의 나의 삶을 그리게 되었다. 이전에 인턴십을 다녀온 선배님들은 3학년 1학기 때 갔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2학년 2학기 때 기회가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조금 빠르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
새로운 시작 ‘새롭다"라는 단어와 ‘시작"이라는 단어 사이에는 미묘한 궁합이 있다.‘새롭다"라는 말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의미하며 ‘시작"은 어떠한 일의 처음을 의미하는 말이다.당연히 시작은 새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송구영신,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매년 되풀이 되며, 고루한 단어이지만 다사다난했던 2010년 나의 29세 한해도 보내어 버렸다.레지던트 2년차라는 중압감있는(?) 교정과 의사라는 위치에서 2010년은 뜻깊은 한해였다.내가 보기와는 달리 환자를 보면서 많이 긴장한다는 것.그리고 배웠던 것과는 달리 환자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 한다는 것.정말 아는 것이 없어서 진료하는 환자들에게 미안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다.진료 후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가는 환자들에게 짧은 지식으로 치료를 해준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책을 다시 찾고, 다시 읽고, 선배에게 묻고 하는 레지던트 생활이었다.여담이지만 오히려 1년차 때보다 음주량도 줄어든 것 같다.치주과에 인턴으로 돌고 있을때 일이다.매번 하는 윗턱 어금니 발치이지만 항상 신기하게 세 갈래의 치아 뿌리중 하나가 끊어져 나가는 것이다.빼는 족족
성공과 실패의 조건 일본의 세계적인 부호이며 사업가인 ‘내쇼날’ 상표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아흔 넷의 나이로 운명했다. 일본의 어머니들은 아들에게 “고노스케를 닮아라”고 훈계하고, 경영자들은 ‘마쓰시다 주의’란 새 용어를 만들어 냈다. 고노스케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국민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자전거포의 점원이 되어 밤이면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던 울보였다. 이 울보 고노스케의 첫 사업 성공은 아홉 살 때의 일이다. 자전거를 고치러 온 손님이 늘 담배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는 데 착안하여 주인에게 돈을 빌려 한꺼번에 담배를 할인 받아 사 놓고 손님들이 부탁을 하자마자 꺼내 놓아 귀여움을 받게 되었다. 이로부터 85년이 지난 후 마쓰시다는 산하 570개 기업, 13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총수 자리에 올랐다. 그것도 ‘전기’ 한 품목으로 이뤄진 기업이었다. 어느 날 마쓰시다 회장에게 직원 한 사람이 “회장님은 어떻게 하여 이처럼 큰 성공을 하셨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그는 “나는 세 가지 하늘의 은혜를 입고 태어났기 때문이라네”라고 대답하였다. 그 세 가지 은혜란 첫째, ‘가난한 것’, 둘째, ‘허약한 몸’, 셋째, ‘못
토끼의 추억 나는 어렸을때 추억으로 왜 보름달에 토끼 두 마리가 고운 한복차림에 절구질을 하는 그림을 동화책마다 그려 넣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이 세상 많은 동물 중에 달의 주인공은 언제나 토끼 이외에는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누구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거북이는 바다에서 달리기 경쟁을 하지 않고 들판에서 산등성이까지 시합을 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분명히 물에서 사는 거북이에게는 확실히 불공정한 게임이었는데 왜 받아들여졌는지를 많이 생각했었다. 거북이가 토끼에 비하여 바보같이 느껴졌다. 모두가 토끼는 그 만큼 지략도 있고 꾀도 있어 사람에게 포근하고 거부감 없고 깨끗하면서도 귀여운 상징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토끼에 대한 설화(說話)도 많고 오늘날 까지 우화(寓話)도 많은 것 같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용궁에서 위기에 처해 있을 때 간을 빼놓고 왔다는 기발한 임기응변으로 탈출한 이야기, 자기를 잡아먹으려던 호랑이를 냇가로 유인하여 꼬리를 물속에 잠기게 한 후 호랑이 꼬리가 얼어붙게 해서 도망친 이야기 등 이런 모든 것들이 토끼를 지략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인간의 공통심리에서 온 것일
의료영리화? 최근 모 경제신문 기사를 인용해 봅니다. 레디박사가 1984년 인도남부 첸나이에서 인도 최초로 기업형 의료사업을 시작한지 27년만에 아폴로병원은 현재 인도의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아랍, 피지, 말레이시아, 자메이카, 영국 등에 53개 계열병원, 9000병상을 거느린 초대형병원으로 성장했다. 이 병원에는 의사 2000명, 간호사 6000명, 직원 6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아폴로병원은 지난해 1850만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400만명이 건강검진을 받았다. 55개국 출신 외국인환자 8만명이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한국과 인도의 의료제도가 달라 비교하기 곤란하지만 국내 최고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이 1989년 1000병상으로 설립되어 21년이 지났지만 2700병상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아폴로병원의 성장은 부럽기만하다. ‘아폴로병원은 지난해 매출 205억6400만루피(약 6,160억원)를 기록했고….’ 부럽다는 얘기에 의문이 들어 자료를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아폴로병원은 1인당 매출이 0.1억으로 생산성이 심히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산업의 2009년 시장규모는 38조원 정도랍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