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북치듯 우산을 두드리는 아침 그 다리 아래에 가보았지. 폐부를 간질이던 먼지들이 검게 씻겨 흐른다. 대지를 말끔히 치워낸 빗방울들은 배수통을 휘돌아 떨어지고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이슬 되어 춤도 추고 투두두둑 투두두둑 단단한 돌 위를 연주하듯 이리저리 뛰어논다. 이런 신명난 세상이 얼마…
도시로 이사를 오기 전 내 키보다 살짝 컸던 나무는 이제 손을 뻗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 봄바람에 꽃잎이 휘날려도 꿋꿋이 변함이 없더니, 이제 인연을 털어버리려는 듯 지난밤 새찬 바람에 꽃을 떨구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바램이 간절한들 준비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 기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취소 혹은 연기되었던 결혼식이 활발히 재개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분들의 행복을 빕니다. 부케(Bouquet)는 프랑스어로 다발, 묶음을 뜻합니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꽃으로 만든 웨딩부케가 그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풍요와 다산을…
겨우내 따뜻한 지역에 머물던 철새가 시베리아로 날아가기 전 중간 기착지로 선택하는 곳이 한반도입니다. 그중 가창오리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개체의 95%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월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낮 동안에는 천적을 피해서 너른 강 가운데에 무리를 지어 쉬다가, 밤이 되면 먹이활동을…
프린세스 드 모나코(Princess de Monaco)라는 이름을 가진 프랑스에서 육종된 장미입니다. 모나코의 고 그레이스 캘리 왕비에게 헌정된 장미입니다. 은은하게 번져 나오는 분홍빛은 매혹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드럽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앞에 자리를 잡은 녹색 거미의 이름은 지…
물, 가장 밑바닥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막연함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을 안고 그 곳으로 잠행을 결행한다. 머리를 빠갤 듯 먹먹해진 귀와 한줄기 빛조차 없어 핏발선 동공의 확장. 북처럼 울리는 심장의 박동 소리 요란한 그 곳으로 침잠한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육신의 고통…
바람에 흐느끼는 게 오직 너뿐이더냐, 이리저리 흔들리다 하얗게 잊힘에 애태우지 말라. 거세게 몰아치던 비바람에 한 번, 크게 일렁이던 차디찬 기운에 또 한 번, 사방으로 내리박아 울퉁불퉁 튀어나온 뿌리의 숫자만큼 겪어내야 하는 시련에 나도 아프다. 몸통은 뿌리 따라 매였어도, 춤춰보자 덩실덩실 잔가…
어처구니가 없다.... 정확한 어원은 알 길이 없으나,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맷돌의 손잡이(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에서 유래를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은 궁궐이나 성문 지붕에 올려지는 동물 모양의 토우를 가리키는데, 지붕의 마무리로 토우 올리는 걸 깜빡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세상이나 매한가지인데, 땅에서는 왜 이리도 조급해지는 것일까? 왜 높은 곳 뾰족한 곳에 오르려 할까? 저 아래 내가 속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 하늘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오밀조밀 장난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부질없어 보이는 작은 점들이다. 사진 이미지…
상나라의 제후국이었던 주나라의 무왕이 상나라 주왕을 멸하자,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형제는 신하가 어찌 천자를 토벌할 수 있느냐며 주나라의 곡기를 거부하고,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어먹고 지내다 굶어 죽습니다. 대의명분을 지키기 위해 죽음과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김상헌과 살아야 대의명분도…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는 다짐과 첫눈을 맞으며 함께 걷자는 약속. 무수히 많은 다짐과 기억들이 수북이 쌓인 나뭇잎 아래로 묻힌다. 너를 위해서만 존재하겠다던 맹세와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는 기쁨을 주겠다는 공언. 무수히 많은 맹세와 허언들이 꽁꽁 언 땅 아래로 밟힌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
가까이에 사람이 있고 없음에 따라 체감온도가 달라지는 것은 서로간의 조화된 호흡과 체온이 만들어주는 따스함도 있겠지만, ‘곁에 있어 든든함’이 그 따스함을 훨씬 더 배가 시켜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는 비결은 ‘서로 함께 함’이 아닐까요? 송년, 지난 한해도 수고 많으셨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