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자라 그 악명 높은 수능시험을 보게 되었다. 무릇 시험이야 그동안 자기가 닦아온 것을 평가받는 것이니 그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문제의 난이도를 가지고 시비할 생각은 없다. 어려워야 시험이지 쉬워서야 어디 시험이랄 수 있겠는가? 허나 시험이야 지가 어차피 치루는 것이고 애비된 도리로 지원하는데 조금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현행 제도를 살펴보니 이건 뭐 학교마다 응시하는 날짜가 다 다르고 내신성적 산출이니 영역별 가중치니 논술, 심층면접이 어떻고 무슨 난수표 푸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이거 안되겠다 싶어 소매 걷어 부치고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 보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것저것 접하게 되고 발표되어 내려온 본인의 시험성적과 적성을 참조하여 지원할 대학과 학과를 고르기 시작했는데 그 대단한 교육부는 오로지 대학의 서열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숭고한 미명하에 성적순 등수도 발표하지 않고 일선에서 참고할 자료라고는 소위 유명 재수학원에서 발표하는 성적별 배치기준표에만 의존하여 지원 대학과 학과를 택하여야 할 상황이 오고 말았다. 그나마 성적이 제대로 나온 상위권 수험생이야 그리 어려운 게 아니겠지만 그렇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들은 그야말로 막
교우의 집을 방문하고 밤늦게 돌아오다가 골목에 버려진 서랍장을 발견했다. 누가 서랍장을 새로 장만하고 쓰던 것을 버린 모양이었다. 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보기에도 쓸만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부서진 곳도 없고, 도색상태도 멀쩡했다. 집에 와서 아내에게 우리 것과 바꾸자고 했더니 반색하며 기뻐했다. 12시가 넘은 한 밤중에 아내와 나는 낑낑대며 서랍장을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역시 신혼 초에 부산 어느 길목에서 주어서 사용해오던 서랍장을 내놓았다. 한밤중의 부부도적(?)을 보고 달님이 웃고 있었다. 우리 집은 이런 것들이 제법 많다. 신발장, 장롱, 서랍장, 책상, 책꽂이 등등……. 가구뿐만이 아니라 입는 옷가지며 신발, 그리고 책이나 공구에 이르기까지 버려진 물건이나 교환한 중고물품들이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혼 초부터 쭉 그래왔다. 물론 절약하기 위해서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유행에 좀 처지고 낡았을 뿐이지, 다 쓸만한 것들이고 별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집에 들여놓을 때마다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참 복 받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우린 너무 풍족하게 살고 있다. 물론 요즘 나라 살림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닌 줄
치과계 대표들이 대책 마련을 octomoon@unitel.co.kr 방금 신문 기사를 확인 했습니다. 목동의 한 원장님께서 강도에게....정말 숙연한 마음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래전부터 치과는 강도의 표적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순순히 돈을 내주어 강도의 요구를 들어 주었지요. 그래서 강도들은 치과를 만만히 보고 범행을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환자와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막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불의에 맞서 싸운 것입니다. 어떤 행동이 옳으냐에 대한 논쟁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라도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너무 답답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그간 치과의 강도는 가끔 뉴스의 지면을 장식해 왔고 또한 강도를 만났던 원장님들의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너무도 열악한 우리들의 진료 환경에서, 게다가 목숨까지 걸고 우리는 진료를 해야 합니다. 뭔가 보호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경찰을 탓하고 어려워진 경제환경을 만든 정치인들을 탓하는 것 말고 우리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생명보험을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허나 그것은 너무 소극적인 것
치협 협회지 11월호에 불소관련 문헌이 실렸습니다. CDC에서 만든 것이고, 박기철 교수님께서 번역하셨습니다. 앞으로 세번에 걸쳐서 싣는다고 합니다. 새로운 내용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옳은 것, 가치 있는 것은 대개 새로운 것에는 없습니다.옳은 것은 반복하고, 확인하고, 복습하고, 현실에서 익히고 그러는 것입니다. 새롭고, 자꾸 변하고, 그러는 것에는 믿을 만한 것이 별로 없고, 더불어 행할 만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것만 자꾸 찾는 언론이나, 자본주의 소비시장, 그리고 대학이나 학문체계 등은 원천적으로 ‘잘못된 것’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대학 자체가 자본주의의 시녀니까요) 옳은 것은 흥미롭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흥미’가 중요한 언론이나, 방송이나, 혹은 자본주의 소비시장이나, 혹은 지금의 독서풍토나, 예술풍토나 모두다 잘못 된 것 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봅니다. 오래된 것, 낡은 것, 반복되는 것,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되는 것, ‘이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되는 것, 그런 것들이 아름답다는 겁니다. 각설하고, 하여튼, 이 문건은 상당히 권위있는 것입니다. 내용은 새로운 것이 없지만, 권위있는 학자들과 논문들을, 상당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전문치과의사…’로 별도 제정해야 jbomkim@hyowon.pusan.ac.kr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보니 ‘한의사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등에관한규정중 개정안 입법예고’가 나와 있습니다. 우리도 전문치과의사제도를 시행할 경우, 지금처럼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등에관한규정’에 그대로 두지 말고, 독자적으로 ‘전문치과의사의 수련 및 자격인정등에관한규정’을 제정하도록 건의합시다. ‘전문의(사)’는 ‘의사’ 중에서 전문과목 환자를 진료하는 사람입니다. 법적으로 ‘의사’는 양의사만을 말합니다. ‘의사’들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당신들도 의사니까 협조해 다오”라고 하고서는 종합병원 병원장 선임 등의 이권이 있을 때는 “법적으로 ‘치과의사’는 ‘의사’가 아니다”하고 매정하게 뿌리칩니다. 어차피 법적으로 ‘치과의사’는 ‘의사’가 아닙니다. 따라서, 법적규정인 ‘전문치과의사…’에서는 당연히 ‘전문의…’ 등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문치과의사…’로 하여 독자적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치협 지도자분들께서 유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하도에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 gohadoi@unitel.co.kr 첫눈이 왔어요.
아마 90년도 초라고 생각됩니다. 교합이 궁금한 저는 미국에서 오신 Dr.Amsterdam의 치주보철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미국 모치과대학 교수님이셨으며, 약 18년동안 follow up한 많은 자료를 갖고 계셨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되었던 치아들이 18년후 보여주는 사진에서는 그 자리에 앉아서 보고 있는 치과의사들을 비웃고 있었습니다. 92년에 지금 제가 근무하고 있는 치과로 내려오면서 뜻있는 치과의사들을 모아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10년간 저랑 같이 공부했던 많은 선생님들은 화이트보드 양쪽 귀퉁이에 적힌 두 글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 양쪽 귀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으며 지금도 적혀있습니다. ‘쪽팔리는 자리’, 그리고 ‘95%’즉 쪽팔리고 싶은 사람만 이 자리에 와서 같이 공부하자는 말이며, 내 말을 다 믿지 말고 항상 생각하라는 뜻으로 95%를 적어놓았습니다. ‘Teaching is learning.’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무지하게 공부했습니다. 같이 공부를 하다보면 저도 쪽팔릴 때가 있었지만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질문을 주신 선생님이 스스로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제가 느꼈기 때문입니다. 2년전엔 아직 확신
참 무안한 일을 당했다. 어저께 길거리를 지나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얼떨결에 같이 목례는 했지만, 도무지 누군 지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 하기는 한 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혹시 우리 교회에 나왔던 분이 아닌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종잡을 수가 없었다. 참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물었다. “죄송합니다만, 누구시지요?” 그러자 부인은 멋쩍게 웃으면서 “1층 사는 사람이에요”하고는 총총히 걸어갔다. 내가 사는 집은 3층 짜리 주택이다. 모두 여섯 가구가 살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1층집 부인이었던 것이다. 순간 난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도 못 알아보다니….’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웃이 사라져 가는 것을 사실 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같은 아파트나 주택에 살아도 남남처럼 살아가는, 너무나도 삭막한 이 도시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은 강한 충동도 느끼며 살아왔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우리의 환경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훈훈한 정과 이웃의 인정이 오가는 세상으로 바뀌기를 바랬다. 또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양로원엘 다녀왔다. 의지할 데 없는 10여명의 노인들이 옹기종기 지내고 계셨다. 다들 그렇겠지만,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이 노구(老軀)의 몸으로 힘겹게 사는 모습들을 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온전한 분들이 별로 없어 보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분, 허리가 불편하신 분, 치매 때문에 고생하시는 분, 지병 때문에 시달리시는 분…… 그야말로 고통을 살고 있었다. 늙고 병든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한 노인장의 모습을 보고 난 큰 감동을 받았다. 그 분은 다른 한 노인을 계속 따라 다니고 있었다. 시각장애에다가 심각한 치매를 동반한 한 노인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면서 그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 역시 불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는데도 말이다. 이유를 묻는 나에게 노인은 짤막한 한 마디를 건넸다. “내 몸이 아프니까 남 아픈 것 알지. 그러니까 내가 친구지…….” 고통은 인간에게 위대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 헨리의 단편 중에 이란 소설이 있다. 한 강도가 한밤중에 어느 집에 권총을 들고 들어갔다. 그는 잠자는 주인을 깨우며 “손들어”하고 외쳤다. 잠결에 놀란 주인은 벌벌 떨면서 왼손을 겨우 들었다. 그러자 강도는 또 고함을 쳤다. “오른손도
ginbo777@yahoo.co.kr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불우한 이웃을 위하여 봉사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경북 청송군 소재 청송제2교도소 의무과에 근무하는 배병칠이라고 하며 제가 근무하는 교도소라는 곳이 특수한 환경으로 인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지고 혐오스럽고 무서운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특히 청송에는 4개의 교정시설이 있다보니 더욱 그러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에도 인간의 냄새가 나고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그 형태만이 다를 뿐 똑같이 이루어 지고 있으며 그러다 보니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도 발생하기도 합니다. 인간이 가지는 오복 중 하나에 치아의 건강이 들어갈 만큼 치아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며 대부분 통증이 오면 치과를 방문하여 치과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수용자들은 치과진료를 받고자 하여도 여건(치과의사 부재)이 허락되지 않아 참거나 진통제에 의존하여 지내다가 어렵게 기회를 얻어 치료를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수용자
11월 14일자 건치신문을 보면 처음으로 직선제를 실시하는 인천광역시 치과의사회 회장 후보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두 분께 같은 질문을 드리고 대답을 듣는 형식인데, 두 후보 모두 참 좋은 분들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의 답변이 어느 정도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정책상에 크게 비교될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렇게 신문이나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은 민주적인 선거 분위기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직선제가 되었건 아직 안되었건 내년에 있을 치협회장 선거도 이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직선제가 물론 좋은 방법입니다. 이젠 정보통신의 발달로 비용도 얼마 안 드는 일이기에 굳이 직선제 하라고 독촉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직선제가 쉽게 되리라 봅니다. 한편, 간선제를 하더라도 의사소통이나 의견수렴 같은 것이 잘되면, 그리고 소신 있고 능력 있는 분들이 출마하면 얼마든지 좋은 회장을 선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모든 회원이 현재로서는 투표권은 없다 하더라도 여론조성을 통해 의견이 반영되는 방법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 볼 때, 이번의 인천후보자 건치신문 인터뷰는 좋은 시사점이 된다고 봅니다. 내년의 치
드라마 ‘허준’에서 ‘예진아씨’ 역을 맡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 황수정 씨가 히로뽕을 투여한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에 세간이 시끄럽다. 연예인 마약사건이 어디 이번이 처음이던가.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여느 때의 반응과 상당히 다른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그가 아주 특별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준’의 ‘예진아씨’를 통해서 사람들은 그녀가 보여준 단아하고 청순한 고전미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획일적이고 판에 박힌 인조미인이 브라운관을 점령해 가는 이 시대에, 그녀는 사람들에게 우리 여인의 단아하고 청순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예진아씨’가 마약을 하면서 여러 남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다니 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대단히 아쉬워하는 정도를 넘어서 어떤 사람들은 심한 분노나 어떤 배신감을 나타내기까지 한다. “세상에, 깨끗한 줄 알았더니, 청순한 줄만 알았더니, 착한 줄만 알았더니…….” 한결같이 이런 식의 반응들이다. 한 사람의 말이 인상깊다. “우리 할머니에게는 아무래도 이 소식을 알려드리지 말아야 하겠다.” 그렇다. 사람들은 그녀가 끝까지 ‘예진아씨’로서 남아 주기를 원했던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