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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와 외환의 이중고’ 밥 한 끼로 위로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21> 충북 제천분회

덤핑치과 들어오며 조용했던 지역에 ‘파랑’
인근 도시 팽창하면서 환자 유출도 ‘심화’

통상 서울에서 제천으로 가는 길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호법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환승, 제천 방면으로 빠지는 길로 안내를 받지만, 이날은 만종분기점에서 원주시를 거쳐 가기로 했다.

혁신도시의 위용을 갖추면서 빠르게 팽창하는 원주시의 모습과 취재처로 정한 충북 제천과의 희미한 연결고리를 부여잡고 싶은 욕심의 발로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원주를 거쳐 충북 제천으로 가는 길은 약 2시간 남짓의 길. 제천은 지리적으로 강원도 원주, 영월, 충북 단양, 경북 문경 등으로 열린 땅이다.

지난 8월 26일 충북 제천 의림동의 한 음식점에서 젊은 개원의들을 만났다. 개원 2년차에서부터 십 수 년차까지 30~40대 주축인 원장들은 최근 제천시가 겪고 있는 ‘내우(內憂)와 외환(外患)’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말했다. 우선 내부의 근심(內憂)에 대해서 물었다. 김상우 원장(한미치과의원)이 답했다.

“제천은 총 30곳 남짓 치과가 있을 정도로 조용한 동네였는데, 최근 금융자본을 업고 들어 온 A치과가 조용했던 개원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 치과가 들어서면서 ‘자리 잡고 오랫동안 진료하면 터를 잡는다’는 이 곳의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유디치과처럼 변질돼 버렸다.”

금융자본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걸로 의심 받는 이 A치과는 조직과 물량을 동원하면서 오픈 1년 만에 독식체제를 굳혀가고 있다는 게 원장들의 설명이다. 기자의 취재 결과,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기존 수가보다 10~20% 정도 저렴하게 치료해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원 2년 차인 천우선 원장(우선치과의원)은 “그동안 이곳은 치과 광고 청정지대라고 할 정도로 개원의들이 광고를 자제하고 있었는데, 최근 A치과가 대형마트와 버스 광고를 대대적으로 시작하면서 원장들도 ‘광고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고 전했다.

김상우 원장 역시 “A치과로 인해서 우리가 그동안 구축해 온 ‘선의 카르텔’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그래도 제천은 ‘육신과 영혼의 고향’

다음으로는 제천의 외환(外患)에 대해서 물었다. 사통팔달한 소도시가 겪어야 할 숙명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원주 혁신도시가 모습을 갖추면서 인근의 ‘환자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게 원장들의 설명. 

김원래 원장(미소인치과의원)은 “혁신도시 원주가 커지면서 인접한 제천의 환자들이 대거 원주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기존 우리 병원에 내원한 환자였는데, 원주에서 임플란트를 하고 와서 스티치아웃을 해달라는 환자가 늘어났는데,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는 많아도 사실 허수가 많이 끼어 있다”고 보탰다.

원주 혁신도시에는 최근 신생 치과가 급증하면서 덩달아 수가경쟁의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지역 원장들의 전언이다. 원주에서 15년 개원한 한 원장은 “유디치과도 손 털고 갔다”며 “일반 치과들도 저가경쟁, 공격적 마케팅 등에 나서면서 개원 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결국 이날의 ‘밥상머리 정담(?)’의 키워드를 정리해 보면, 주변부의 조용했던 도시가 두 개의 중첩된 중심부(서울, 원주)에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행해지던 규모의 게임은 토착 금융자본을 등에 업고, 새로운 방식으로 지역 개원가를 교란하며, 동시에 비대해지는 새로운 중심부가 지역의 환자를 빨아들이는 형상.

분위기를 바꿔봤다. 제천은 원장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부산치대를 나오고, 충북 영동에서 공보의를 거친 천우선 원장은 “도시에 지친 나에게 제천은 안식처 같은 지역”이라며 원로 선배와 소장 개원의가 격의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땅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곳 남짓한 치과의원 중 매주 화요일에 모여 식사를 하는 원장만 14~5명 될 정도다.

허창재 원장(허창재치과의원)은 “이렇게 정례적으로 식사를 한 것은 2년 정도 된다”며 “여기는 모두가 회원이고, 모두가 같이 회무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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