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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취해 보실래요~ 술 말고…축구에”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17>진주시치과의사회 축구모임 ‘FC진취’



매주 월요일 저녁 두시간씩 땀흘리며 ‘소통’
31살 막내부터 46살 맏형까지 형님 아우로

“원래 유니폼을 맞출 계획이 있었는데 취재를 오신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확~ 맞춘 거예요. 사진도 찍으실 거죠? 이왕이면 멋지게 나와야죠~.”

한바탕 소나기가 퍼붓고 지나가기 직전, 후덥지근한 7월 중순의 어느 여름날 저녁. 해가지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 잔디구장으로 중년(?)의 남성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바로 진주시치과의사 축구모임 ‘FC진취’의 멤버들이다. 진취는 ‘진짜로 축구에 취한 진주시치과의사’의 줄임말.

# 치과의사 22명,  기공사 등 29명 멤버

모임의 멤버는 31살 ‘막내’ 공중보건의 김민철 씨부터 46살 ‘최고령자’인 진주시치과의사회 총무이사 이성균 원장(연치과의원)까지 치과의사만 총 22명이다. 여기에 치과기공사, 치과기공소장, 치과재료상, 제약회사 직원 등 치과관계자 7명이 더해져 총 29명의 정예 멤버가 꾸려졌다.

애초 세미나 모임에서 만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취미로 3~4년가량 축구를 해오다가 2년여전 별도 모임을 만들어 아예 독립을 했다.

FC진취 멤버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진주 경남자동차고등학교 풋살(일명 작은 축구)장에 모여 두시간씩 격렬하게 뛰고, 넘어지고, 소리치고, 땀 흘리며 직접 몸으로 ‘소통’ 한다. 지난 2년여간 폭우나 폭설이 내린 극한의 날씨를 제외하고는 모임을 쉰 적이 없다.

이날은(7월 14일) 특별히 서울에서 내려가는 기자의 편의를 위해 목요일로 운동날짜를 변경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했다. 더불어 멋진 연출을 위해 유니폼도 새로 장만했다.

모임의 맏형인 이성균 총무이사는 “사실 요즘은 같은 치대를 졸업하더라도 선, 후배도 없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모임은 출신대학, 지역에 상관없이 많게는 나이차가 10살이 넘게 나는데도 모두가 형님, 아우하고 지냅니다. 사실 그러다 보니 선배의 권위가 좀 없기는 하죠(웃음)”라고 했다. ‘꼰대’ 같은 선배 대신 ‘친근한 형님’으로 불리는 게 싫지 않은 내색이다.

사실 진주는 과거부터도 지역 치과의사들끼리 단합이 잘 되고 ‘위계질서’가 확실하기로 입소문난 곳이다. 축구모임 이외에도 문화, 예술, 세미나 등 장르를 불문하고 각종 작은 소모임 들이 많아 지역사회 치과의사들을 끈끈하게 묶어 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과거에는 개원의 대부분이 ‘진주 토박이’였지만 몇 년 사이 진주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외지인의 유입이 늘었고 대형 치과도 두어 곳 생겨났다.

문제는 이런 치과들이 생겨나면서 그야말로 광고 ‘청정지역’이었던 진주에도 상업적인 치과 덤핑광고가 판치기 시작했다는 것.

이성균 총무이사는 “이런 치과들은 보통 치과의사회에 아예 가입 자체도 하지 않고 활동도 하지 않아요. 직접 찾아가 치과의사회 가입을 권해도 봤지만 나오지 않더라고요. 사실 서로가 경쟁상대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너무 피곤한데 바로 근처에서 도와줄 수 있는 형님, 아우라고 생각하면 든든하잖아요”라며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고 했다.

# 진료 고민, 건강 걱정 뚝! 월요병 날리는 만병통치약

자칫 대화가 무거워 지려던 찰나, 축구 얘기로 주제를 다시 전환하자 분위기가 일순간 반전된다. 
“왜 하필 월요일 저녁에 축구를 하세요? 힘들지 않나요?”란 기자의 질문에 “축구가 월요병을 날려버리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답변이 ‘슈팅’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FC진취의 ‘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모임 밴드를 만들고 관리, 운영까지 도맡고 있는 류종효 원장(다정한부부)은 “월요일에 축구를 하기 때문에 뒤풀이 같은 건 생각도 안하고 두시간 동안 정말 지칠 때까지 뛰기만 하다 뒤도 안돌아보고 헤어진다”고 했다.

온 몸으로 땀 흘리며 뛰고 난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그리울 법도 하지만 축구가 워낙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 뒤풀이까지 하고나면 자칫‘진취’가 아닌 ‘만취’가 되는 불상사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 저러한 대화들이 이어지는 사이 정식 경기 시작 전 운동장에서 몸을 풀던 멤버들이 하나 둘 기자 앞으로 모여 들었다. 그 사이 새로 맞춘 유니폼은 이미 땀범벅이다. 

FC진취 멤버들에게 축구 모임의 좋은 점을 묻자 “선후배들끼리 운동하면서 격식 없이 가까워질 수 있어 좋다”, “진료 고민, 진상 환자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다”, “건강이 좋아진다”, “주말 내내 집에서 시달리고 나면 축구할 수 있는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등등 얘기들이 쏟아진다.

# 진취 총각치의 4인방 공개 구혼 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라고 묻자 “진주엔 여자가 없어요~ ”라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축구멤버 중에 총각이 4명이나 됩니다. 총각들 소개팅 좀 부탁합니다. 오죽하면 데이트도 못(?)하고 저녁에 나와서 이렇게 축구를 하고 있겠습니까?”

후배들을 생각하는 선배들의 감동어린 마음일까? 그래서 준비했다. 

“성심껏 환자를 진료하고,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며, 선후배와 소통할 줄 아는 진주의 건강한 총각 치과의사 4인방(왼쪽부터)-김민철 공보의(31살), 이시현 원장(35살), 김수성 원장(35살), 강진모 원장(35살)을 소개합니다. 전국 여자치과의사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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