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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대신 사람이 온다”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7> 광주지부 여자치과의사 문화행사
떡케이크 만들기·와인 시음·쥬얼리 제작…문화 속 회원과 치과가족들 단합 ‘대만족’

시인 정현종은 일찍이 이렇게 언명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듯 광주에 사는 여자치과의사들이 사람들 사이의 ‘밥’을 짓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5명 남짓한 참석자들이 정성을 쏟고 있는 대상은 바로 투박한 원형의 떡 케이크. 그들은 쌀로 만든 그 본질 위에 ‘꽃’을 수놓으려 하고 있었다. 한 줌의 정치도, 한 치의 경쟁도 배제된 이 순간, 사람들 사이에서도 꽃이 피었다.

광주지부(회장 박정열)가 매년 수차례 진행하고 있는 작은 ‘이벤트’가 여자 치과의사들을 위한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유명 브랜드 쥬얼리 만들기가 그랬고, 영화관람, 스테이크 만들기 시연, 와인시음 등의 작지만 소소한 참여행사가 또 한 번 그러했다.

“저녁 한 번 먹자, 밥 한 끼 하자”는 말로는 저녁 시간대를 기약하기 쉽지 않은 여자 치과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기도 하거니와 수용성 높은 주제들을 연달아 내놓는 이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잔잔한 반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이날 체험의 주제는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수제 앙금 플라워 떡 케이크 만들기’.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생크림을 짜보지만, 치과 진료와는 사뭇 다른 ‘패러다임’을 실감하고 좌절하는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설명 들을 때는 간단해 보였던 ‘라넌큘러스’와 ‘카네이션’이 내 케이크 위에서는 겉돌기만 한다.

그래도 가족들, 동료들과 함께 하는 시간, 그리고 공간이 환자와 진료에 지쳐 생채기가 난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는 동료, 모르는 선배가 통성명을 하며, 서로를 익혀간다.

어린 남매를 데리고 왔다는 개원 3년 차 박정아 원장(하나어린이치과의원)은 “여자치과의사들 입장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만족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드물게 남자 치과의사들도 눈에 띄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노범 원장(예인원치과의원)은 “나와 보니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있어 무척 반가웠다. 딱딱한 치과 진료실에서 벗어나 가족끼리 만나는 모임이라 더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행사를 기획한 최현주 광주지부 부회장과 김현진 문화이사는 “여자 치과의사 회원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온 만큼 회원들의 요구를 능동적으로 반영해 하반기에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행사를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가족들과 함께 체험에 동참한 박정열 광주지부 회장도 “정말 특별한 모임이다.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가족들과 함께 나눠달라”며 여자 치과의사 모임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관심을 약속했다.

저녁 10시, 모임이 끝났다. 호들갑스러운 수다와 요란스러운 상찬은 없었지만 이미 이들은 ‘저녁 한 번 먹자’는 제언의 사회적 의미를 스스로 확장하고 있었다. 따라서 참석한 치과의사들이 가지고 돌아간 건 온전한 그들과 우리의 ‘밥 한 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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