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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치과 옆에 바로 인연이 있더라”

'동네치과 원장끼리 식사합시다' <31> 공릉역 4번 출구 모임


함께 하면 마음 따뜻해지고 서로 의지돼
선배가 마련한 소박한 한 턱 식사가 행복

전화가 걸려온 건 9월 말. “공릉동 쪽에 괜찮은 모임이 있는데 우리도 취재 한 번 와 달라”는 얘기였다.

시월의 마지막 날, 이날을 위한 불멸의 캐롤 ‘잊혀진 계절’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릉입구역 출구를 빠져나와 멸치국수 거리를 지나자 미리 언질 받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식당 한 구석에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이 동네 치과 개원의들이 서로 반갑게 안부를 나누는 사이에 슬쩍 끼어 앉았다.

이날 모인 멤버는 최병기 원장(좋은얼굴 최병기치과의원), 신인철 원장(예인치과의원), 정은호 원장(서울정치과의원), 양영종 원장(양영종치과의원), 이준우 원장(연세준치과의원) 등 모두 다섯 명.

매주 월요일 점심때 마다 만나는 ‘루틴’ 때문에 불과 대여섯 시간 전에 얼굴을 봤던 이들이 이날 저녁 다시 한 자리에 모인 건 조금 특별한 이유 때문이다.

20년차 선배 치과의사가 마련한 소박한 ‘한 턱’, 그들만의 인연으로 지어 낸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기 위해서다.

그렇게 만난 이들이 술과 밥에 섞어 차례로 밥상에 올리고 내린 건 특별하지 않은 치과의사로서의 일상이었다. 환자, 보험청구, 봉사, 기부 등의 주제를 각자 마음에서 쏟아 내고, 또 치유를 얻은 다음에 하나씩 거두어 갔다.

# “함께 하면 마음 따뜻한 형, 아우다”

하지만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날의 화제는 바로 ‘4번 출구 모임’의 확대 재도약. 공릉동 일대에서 개원하고 있는 이들은 이 모임의 ‘사회적 편익’을 인근의 다른 치과의사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거창한 안부도, 호들갑스러운 배려도 없지만 함께 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서로 의지가 되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이날 “몸이 별로 안 좋다”며 술을 걱정하던 양영종 원장은 연이어 고기에 집중한 끝에 선배들로부터 “서저리 참 잘 할 거 같다”며 극찬을 받았다.

‘4번 출구 모임’이라는 작명에 기어코 성공한 정은호 원장은 “어, 근데 형님은 2번 출구잖아요?”라는 나름 예리한 항의(?)를 온 몸으로 껴안으며 허허 웃었다.

‘법’을 떠올리며 얌전하게 앉아 있던 기자에게 신인철 원장과 이준우 원장이 챙겨 준 고기 몇 점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 익었다.

“형, 아우하며 살갑게 지내니까 오면 기분이 좋다”고 흡족해 한 이날 저녁의 ‘호스트’ 최병기 원장은 지갑을 찾아 조용히 계산을 마쳤고, 다음의 한 끼를 기약했다.

돌아서던 길에 들린 단골집 멸치국수의 국물은 이들이 우려낸 인연처럼 속 깊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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